• 정동영 전 통일장관이 안타를 하나 쳤다. 정동영씨는 22일 일요일 기자회견을 통해 ‘2015년까지 30만-40만 정도로 병력감축을 해서 양극화 재원을 마련하자’는 내용의 발언을 함으로서 김근태 의원보다 빨리 ‘군축’이란 이슈를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원래 이념적으로 보면 군축은 김근태 의원이 먼저 치고 나오는 것이 당연하게 보였지만 이번 당 의장 경선에서는 김근태 의원이 군축 이슈를 완전히 정동영씨에게 빼앗긴 형국이다.

    정동영 캠프의 재치있는 선거전략

    내가 생각할 때 정동영 씨 캠프는 선거전략을 제법 잘 만들었다. 며칠 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집중공격한 것도 정동영 씨 캠프 입장에서 보면 좋은 선거전략이었다.

    김근태 의원이 정동영 씨측을 공격하자 역시 맞받아 김근태 의원 측을 공격하지 않고 박근혜 대표 쪽을 공격한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김근태 의원 측에 반격해 봐야 김 의원 측만 키워주는 격이 된다. 정씨 입장에서는 박근혜 대표를 공격하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는다.

    먼저 박 대표를 공격하고 한나라당을 수구세력으로 몰아붙이면 각이 확실히 선다. 그러니까 정동영 씨의 ‘선명성’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열린우리당 주변 진영에서는 정동영씨의 선명성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 대체 정동영 씨의 노선과 박근혜 대표의 노선이 크게 무엇이 다르냐는 식의 불만까지도 나돌았다. 정씨는 이번 박근혜 대표에 대한 공격을 통해 적어도 이런 선명성 논란에게 한 걸음 벗어났다.

    그리고 두 번째 효과는 열린우리당 내 호남세력 결집이다. 뿐만 아니라 정씨의 과감한 ‘박근혜 각 세우기’는 호남지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적어도 지금 현재 호남은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대권후보’를 절실히 바라기 때문이다.

    정동영의 향후 대권전략

    정동영씨는 현재 초조할 것이다. 열린우리당 의장 선거에 관계없이 다가오는 2007년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아직 낮은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씨는 한편으로 믿는 구석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열린우리당 후보만 되면 한나라당 후보와 거의 대등한 위치에 까지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것은 앞서 말한대로 적어도 지금의 호남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는 적어도 현실적으로는 열린우리당 후보다. 그래서 정씨는 열린우리당 후보만 되면 호남세가 결집하고 열린우리당 특유의 기타 선거전략을 가동하면 얼마든지 한나라당 후보를 꺾을 수 있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한편 정씨는 이번 열린우리당 의장 선거에서 승리하고 난 뒤 열성 지지자 세력을 규합하는 등의 행보를 계속 한다는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탄탄한 친위그룹이 있어야 대권 예선과 본선에서 유리하다는 사실이 이미 노사모의 성공사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씨는 보수적 정책-성장 중심 정책을 일부 받아들여 열린우리당 내에서 김근태 의원같은 상대적으로 중도 진보적인 주자보다 다르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특히 호남에서 간절하게 지역발전을 바라고 있다는 것도 이런 전략과 일치한다. 더군다나 이런 식의 행보는 정씨와 김 의원을 싸잡아 좌파라고 공격할 수 있는 한나라당의 공격을 무력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생리적으로 유권자들은 ‘중도’라는 권역으로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의 연합을 통해 진보색을 줄이고 중도우파의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갔던 것처럼 정씨 역시 중도우파의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접근할 공산이 크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안정감을 준 뒤 소위 반 한나라 대연합을 이끌어 내 한나라당을 포위한 뒤 궤멸시키는 전략을 펼 것이다.

    한나라당, 호남 대통령 후보 검토하라

    그렇다면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은 여기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 결국 보수진영의 입장에서 볼 때 2007년 대선승리의 최대 걸림돌은 ‘호남’이란 점이다. 반 한나라 성향의 유권자들을 분석해 보면 386-호남-기타 세력으로 구분되는데 기타 세력의 경우 그 숫자가 적고 호남세력이나 386세력으로부터 상당한 영향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세력을 해체하는게 힘들다.

    또한 보수진영이 그 기타세력을 해체하는데 여력을 집중하는 동안 중도-진보진영은 영남 지역 내 젊은이들, 기타 보수세력 가운데 일부를 유혹하는 식으로 보수진영의 허를 찌를 공산이 높아 보수진영의 역량을 기타 세력 끌어들이기에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다. 더군다나 기타 세력들은 보수와 반 보수 가운데 강한 편에 붙는 기회주의적 판단을 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대안은 이미 상당히 중도진보화된 386 대신 단순히 한나라당이 싫거나 한나라당을 피하고 싶어서 열린우리당을 선택하는 호남 민심을 끌어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호남 민심은 분명한 혜택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후삼국시대 왕 건이 호남 나주 지역을 얻었던 것은 어떻게 가능했나. 그 지역 사람들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그 지역 사람들은 왜 협조했나. 견훤의 폭압정치에서 해방된다는 이득이 있었기 때문에 협조했다. 마찬가지다. 지금 호남 여론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카드는 과연 무엇이겠는가.

    한나라당에서 호남 출신 대통령 후보를 내는 것이다. 이는 호남 지역 정가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다. 이는 곧 정동영씨측과 열린우리당 측에는 어마어마한 악몽이다. 그들의 허를 정면으로 찌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 상륙작전과 DJP공조

    전쟁사에서 맥아더의 인천 상륙작전을 상기해보자. 맥아더 장군은 북한군이 생각도 못하던 곳에서 상륙작전을 전개해 한국을 구했다. 그리고 정치사에서 DJP공조를 생각해보자. DJ와 JP가 손을 잡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던가. DJ는 JP와 손을 잡음으로서 보수진영의 허를 찔렀고 그 결과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마찬가지다. 이제는 우리 보수진영이 중도-진보진영의 허를 찔러야 할 때다.

    한나라당은 여당 주요 대권후보들의 전략을 읽어라. 그 전략의 핵심에는 언제나 호남이 있다. 호남이 있는 이상 저들은 기세만만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호남의 결집된 민심을 흔들어야 저들은 당황한다.

    똘똘한 동영 씨, 영리한 시민 씨, 엘리트 근태 씨는 저마다 한나라당의 허를 찌를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은 어떤 무기로 저들의 허를 찌를 것인가. 내가 한나라당의 CEO라면 ‘호남 보수 대통령’에 올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