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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당의장 경선에 나선 당내 최대 계파의 리더 정동영·김근태씨를 중심으로 ‘강금실 모시기 경쟁’이 진행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 데다 당의장 경선을 앞두고 정·김씨가 ‘공약’으로 내세운 5·31 지방선거 필승 전략 차원에서도 ‘강금실 카드’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표면적으로는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고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당내 결집에 나서겠다는 정·김 두 전직 장관의 의지로 보이지만, ‘강금실 카드’는 가깝게는 당의장 경선과 멀게는 이들의 차기 대선 경선 구도와도 맞물려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명광 의원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장 경선에 투표권을 가진) 대다수 대의원들도 지자체 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데 과연 자기들이 당선을 위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분명 따져볼 것”이라면서 “이념적으로 휩쓸리면 되겠느냐”고 했다. 지방선거 필승 카드가 곧 당의장 경선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강 전 장관에 대한 '구애'를 놓고 김근태 의원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음을 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정 전 장관도 강 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당에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선출직과 정치권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강 전 장관은) 확실한 철학과 인생관이 있더라. 탁월한 소양과 전문성을 갖췄다”며 강 전 장관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정 전 장관 측이 강 전 장관의 구애에 다소 점잖은 태도로 접근하고 있는 데 반해 김 의원은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다. 자체 당의장 경선 판세 분석에서 정 전 장관보다 ‘열세’인 상황을 만회하고, 열린당을 중심으로 ‘범민주연대론’을 통한 지방선거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김 의원의 입장에서는 강 전 장관이 그야말로 핵심 키워드인 셈이다.
김 의원은 최근 강 전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판이 잘 안되면 ‘당신과 같이 강물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노골적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김 의원은 또 지난 18일에도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강금실 전 장관도 상황을 심각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이 어려운 것에 대해 ‘공감하고 책임감을 느낀다’는 취지의 말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었다. 강금실 전 장관이 나름대로 정치세력화해서 대연합의 파트너로 참여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은근히 강 전 장관과의 유대 사실을 흘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김씨의 구애에 강 전 장관도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참에 서울시장 출마로 정치판에 나서느냐, 아니면 당분간은 큰 그림을 그리면서 현실정치를 관망하느냐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결국 노 대통령의 생각, ‘노심(盧心)’이 강 전 장관의 결정을 좌우할 것”이라면서 “강 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는 전당대회 이전에는 구체화되기 어려울 뿐더러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하더라도 정·김씨와는 독자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강 전 장관은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간 현실정치에서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는 점, 당내 모든 계파가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여자이지만 여성들로부터 대단히 호감을 얻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정·김씨의 구애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당의 한 초선 의원은 경선캠프에서 경쟁적으로 강 전 장관을 '모셔가려는' 데 대해 “여론조사 결과가 높게 나오니까 그러는 것 같은데…”라면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