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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정권 창출을 위해 2%부족한 정당이라 한다. 그러나 호남에 가면 2%정당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장인 김형오 의원이 17일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뼈아픈 말을 던졌다.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을 당시 차기 대권후보인 고건 전 국무총리까지 영입하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던 김 위원장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차기 대권후보는커녕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 영입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을 위해 900여명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우선 접촉대상을 분류해놨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5.31지방선거에서 가장 노른자로 꼽히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의 경우, 당내 후보자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영입 추진을 포기했고 취약지역인 호남과 충청을 찾아 문을 두드렸지만 녹록치 않다.
외연확대를 위해 당의 문을 활짝 열었지만 영향력있고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인사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지지율이 50%를 육박하는 등 속된말로 '잘나가는 한나라당'이 이처럼 외부인사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변화를 두려워하는 한나라당의 기본체질'이 꼽힌다. 한나라당 의원, 당직자들은 "제도적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지금 당이 역대 어느 때 보다 안정적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당 지지율 뿐 아니라 당의 대권 예비후보인 박근혜 대표나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의 지지율 역시 여권의 타 후보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대선후보나 차기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에 대한 영입을 주장할 만한 여건조성이 안된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지금 상황에서 대선후보나 서울시장, 경기도지사를 외부에서 영입하자는 말을 하려면 칼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재철 의원이 17일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중 한 곳은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차기 서울시장을 준비하고 있는 모 의원은 "가능성 없는 얘기"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외부인사가 당에 들어올 틈이 없는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 대한 외부영입조차 이뤄질 수 없는 당 상황에서 대선후보에 대한 외부인사 영입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것. 한 당직자는 "대선후보의 외부인사 영입은 있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이미 대선후보자들간 경쟁이 시작됐고 박근혜-이명박이란 두 후보가 경쟁하고 현 시스템에 도전할 수 있는 외부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애초부터 고건 전 국무총리, 정운찬 서울대 총장, 어윤대 고려대 총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들어올 자리는 없었다는 것이다.
또 사학법 문제를 놓고 장외투쟁이란 외길행보를 하고 있는 박 대표와 한나라당의 모습도 외부인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학법 개정안을 국가정체성 문제와 결부시키면서 당이 보수색채를 더욱 강하게 띠고 있어 외부인사들이 쉽게 들어오려하지 않는다는 것. 한 당직자는 "사학법 문제가 당의 외연확대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며 "당 이념의 중심을 좀더 좌측으로 옮겨,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당에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학법 문제로 더욱 보수색채를 띠면서 외연확대의 틈을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소장파를 비롯한 중도성향 의원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좌우 모두를 수용할 수 있도록 당의 스탠스를 넓혀야 하는데 점점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고 이런 당의 모습이 인재영입과 당의 외연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사학법에 그 분들(당 지도부)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가치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토록 얘기한 당의 변화를 수용하고 있는지, 당이 2% 부족하다는데 그것을 충족할만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당의 외연확대에 부합하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최근 취약지역인 호남과 충청을 잇따라 방문하며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정작 자신들의 문을 제대로 열었는지 부터 돌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