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당을 창당하면서 타당과의 연대나 연합을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당히 나가겠다"(심대평 대표)
    "타당의 연대제의가 있었다. 지방선거에서 '전략적 제휴'가 있을 것이다"(신국환 대표)

    '무늬만 다른 자민련' '또하나의 지역정당' '합당 위해 창당된 정당' 등 숱한 비난과 의심의 눈초리에 "독자의 길을 가겠다"고 맞서며 17일 공식출범한 국민중심당이 출발선에서부터 타당과의 '전략적 제휴'를 공공연히 밝혀 기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이날 공동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심대평 충청남도지사와 신국환 의원이 창당대회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략적 제휴'를 놓고 '앞뒤가 맞지않은' 주장을 펼친 것. 일문일답 형식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두 공동대표는 "금년 5월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고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타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타진하는 '연출되지않은' 기자들의 질문에는 엇박자를 보였다.

    신 대표는 민주당, 고건 전 국무총리 등과의 연대설에 "타당의 제의가 있었으며 창당 후 (지방선거)후보를 정할 때 서로 논의하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밝히고 "이제 창당했으니 선거대책위를 가동해 지역별로 국민중심당이 후보를 낼 것인지 아니면 타당의 후보를 밀어줄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심 대표의 '당당한 독자의 길'과는 상반된 주장을 펼친 것이다. 

    그러자 심 대표는 "타당에 더 좋은 후보가 나선다면 양보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선거전략 때문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제휴'가 필요할 때만 할 것"이라고 애써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심 대표의 말에 이어 신 대표는 "독자적으로 후보를 무조건 다 내는 것이 아니고 당선가능성 있는 후보를 집중적으로 내세워 당선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타당과 제휴했을 경우 당선가능성이 높다면 지역별로 전략적 제휴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제휴'할 타당의 대상을 묻는 질문에 "좀 기다려달라. 기다리면 재미있는 일 있을 것" "한꺼번에 다 밝힐 수는 없다"고 답하는 두 공동대표의 모습에 기자들은 또 한번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자민련 김종필 총재 시절부터 '핫바지'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양대정당에 기대 캐스팅보트를 쥐는 데 만족해야했던 충청 민심이 출발부터 '타당과의 제휴'를 거론하는 국민중심당에 지지를 보내줄 지는 모를 일이다. 충청권 정가에 밝은 한 기자는 "독자적인 세력으로 자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생각은 않고 저런 식의 '묻어가기'를 서슴없이 뱉어내는 모습에 어이없을 뿐"이라며 혀를 찼다. 그는 충남지사, 대전시장 선거 등에 사활을 걸고 나서겠다는 국민중심당에 충청권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통합신당 창당을 못하겠다고 돌아선 자민련 김학원 대표가 제기했듯이 국민중심당의 '불명확한 이념과 노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심 대표와 신 대표는 자신들은 '우(右)'라면서도 "많은 국민들을 통합하기 위해 합리적 보수와 건전한 진보세력을 아루를 것"이라고 명분을 내세웠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당 모두에 한발씩 걸쳐놓은 셈이다. 국민중심당이 주장하는 '중도 실용주의'도 다른 당과 뚜렷한 차이점을 발견하기 쉽지않다.

    이날 심 대표는 미리 배포된 대표수락연설문에 들어있던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를 연설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국보법의 '전향적 개정 추진'을 주장할 예정이었지만 "시의성이 없고 당론을 좀더 다듬어야한다는 당내주장이 많아서 말하지않았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기도 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에서 기반을 다지고, 2007년 대선에서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국민중심당의 '험난한' 길을 예고한 창당대회에서 잠실 펜싱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5000 지지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 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