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 부인을 사수(死守)해라' 
    “내가 분열주의자라니…”

    내달 18일 치러지는 당의장 선거와 이에 앞서 이달 24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등을 놓고 열린우리당이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소속 의원 간 상호비방전을 물론이거니와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말 그대로 ‘전쟁’ 그 자체다. 이에 따라 ‘전후’ 후유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 치고, 정동영 받고’

    당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의원 간에는 연일 ‘치고 받는’ 신경전이 극에 달해 있다. 

    17일에도 김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당이 이 지경이 됐는데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돌아오는 메아리가 참으로 격렬하더라”면서 “나를 분열주의자로 낙인찍었다”면서 정 전 장관에 대해 발끈했다. 김 의원은 “김근태를 조금만 알아도 그런 얘기를 함부로 할 수 없다. 한평생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싸운 사람인데 분열주의자라니?”라면서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런 일은 이미)각오했던 일”이라면서 “고난의 길을 가면서도 그것이 옳고 명분이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오늘까지 먼 길을 왔으며 앞으로도 소신과 원칙을 굽힐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매섭게 정 장관을 쏘아 붙였다.

    이에 맞서 정 전 장관도 이날 충북도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열린당의 전당대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3가지가 있다”면서 김 의원에게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정 전 장관이 언급한 3가지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는 ▲당내 편가르기 ▲공허한 노선투쟁 ▲백해무익한 상호 비방전으로 “위기의 당을 구해내기 위해서 이 3가지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김 의원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사학법 개정을 사학 장악 음모로 몰아붙이는 의회 파괴세력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수구냉전 반북세력인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독재시대로 돌아가려는 과거회귀세력 등과 치열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면서 '엉뚱한' 곳에다 공격을 가했다. 

    '소속 의원 부인을 사수해라'

    전당대회에 앞서 24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서는 김한길·배기선 의원 간의 물밑 신경전도 치열하다. 소속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시도 때도 없는 전화공세는 물론이거니와 소속 의원 부인들의 성향과 동태 파악까지 나서는 등, 말 그대로 ‘첩보전’이 한창이다.

    한 후보자 진영은 최근 소속 의원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집 주소는 물론 전화번호, 의원 부인의 이름과 성향 등을 일일이 묻고 확인해 갔다고 한다. 또 한 후보자 진영은 쉴 틈없이 전화를 돌리며 자신의 지지 여부에 대해 '확인에 재확인' 등 한 자리에 앉으면 수십여 통의 전화를 하는 것은 기본이라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베개머리 송사’도 일”이라면서 “의원 부인의 이름과 성향까지 물어갈 정도면 뻔하지 않겠느냐”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인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은 효과가 높다”고 추켜세우면서 “박빙으로 점쳐지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큰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간의 원내대표 경선을 볼 때 의원들은 후보자가 지지 여부를 묻는 전화를 해오면 겉으로는 거절할 수 없어 일단은 지지 성향을 밝혀 놓고서도 막상 투표에 임해서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들의 ‘첩보전’은 경선 당일까지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원내대표 경선 때는 출마자들의 전화를 받기 싫어서 해외에 나가려는 의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