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최고위원들 이재오-이방호에 당선 축하 메시지 전달하지만 주장하는 바는 달라'

    사학법 반대 투쟁방향과 강도를 놓고 당내 투톱인 박근혜-이재오의 힘 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분위기다.

    반(反)박근혜·친(親)이명박 인사로 알려진 이재오 신임 원내대표의 당선 후 처음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선 지난 12일 의원총회를 통해 선출된 신임 원내대표(이재오)와 정책위의장(이방호)에 대한 당선 축하 인사로 회의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됐지만 이 원내대표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는 최고위원들의 표정과 기대는 각기 다른 모습을 나타냈다.  

    한나라당은 16일 서울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신임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 이후 두 사람 모두 참석하는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회의 주재는 박근혜 대표.     

    박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 모두가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대한 당선 축하인사를 보냈다. 그러나 축하인사를 보내는 최고위원들의 발언과 표정 등은 제각각이었다. 장외투쟁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의원들의 지지로 당선된 이 원내대표인 만큼 그동안 장외투쟁의 최전선에 서 온 일부 최고위원들에겐 그의 당선이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한 듯 한 모습이었다.

    원내대표 경선 당시 치마정장을 입었던 박 대표는 이날 자신의 전투복으로 불리는 검은색 바지정장을 입고 회의를 주재했다. 시종일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대한 축하인사를 건네면서도 "당 혁신안 통과에 따라 원내대표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지금 우리가 벌이고 있는 사학법 투쟁도 꼭 이 법이 재개정되도록 원내대표가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며 은근히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회의 하루 전날인 15일에도 자신의 미니홈페이지를 통해 "고난을 벗 삼아, 진실을 등대 삼아 살아온 내 인생같이 나는 소신을 절대 굽히지 않을 것"이라며 사학법 반대투쟁에 대한 자신의 기존원칙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투쟁과 협상 병행카드를 꺼낸 이 원내대표에 대한 암묵적인 경고인 셈. 

    회의를 진행하는 박 대표의 표정에서도 굳은 의지와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원내대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알아챈 듯 회의 내내 박 대표에게 귓속말을 건네고 웃음을 보이는 등 박 대표와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원내대표는 회의 첫 발언에서 "최고위원회에 처음 참석하고 신참이기 때문에 고참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얘기하겠다. 오늘은 특별한 얘기는 없고 당 대표를 중심으로 효과적인 당 운영을 해나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마이크를 잡은 원희룡 최고위원은 매우 밝은 표정으로 당선 축하인사를 보냈다. 원 최고위원이 장외투쟁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최고위원회의에서 타 최고위원들에게 질타를 받아 온 만큼 이 원내대표의 당선은 원군을 얻은 셈이다. 원 최고위원은 "많은 경륜과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당내 다양한 입장, 활발한 의사소통과 함께 당의 단합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당내 활발한 논의와 다양한 의견들을 나름대로의 위치에서 잘 지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사학법무효화 투쟁본부장인 이규택 최고위원은 사학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거듭 역설하면서 이 원내대표에게 박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의 단합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재오 원내대표는 오랜 민주화투쟁경험이 있고 야당 원내총무 경험이 있는 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한 뒤 "야당을 인정하지 않는 독선적인 노무현 정권과 당당히 맞서 야당의 모습을 찾는 견인차가 되길 바란다. 박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자자제 선거에서 압승을 이끄는 견인차가 돼 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