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6일 사설 '천 장관은 대한민국이 조롱당할 땐 화 안나던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천정배 법무장관은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X도 모르는 놈 서너 명이 일부 신문에 돌아가면서 말도 안 되는 칼럼으로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권위주의 시절 같았으면 그런 사람들은 전부 구속됐을 것, (신문사가) 왜 그런 사람을 자르지 않는가”라고 덧붙였다.

    이 정부 사람들이 뱉어내는 거친 말, 험한 말에 국민들도 단련될 만큼 단련돼 있다. 총리가 자기보다 나이가 두 배 가까운 신문 이름을 대가며 “까불지 말라”고 하고, 대통령이 차세대 지도자로 키운다는 모 장관 내정자는 비판적인 신문을 “독극물, 불량식품”이라고 부르는 마당이다. 그런 정권의 장관이 신문 칼럼 필자들에게 X 또는 XX라고 쓸 수밖에 없는 상말을 퍼붓는 것이 뭐 그리 놀랄 일이겠는가.

    이 정부 사람들 스스로가 “대통령 조롱하는 것이 국민 스포츠가 돼 버렸다” 고 하는 것이 요즘 나라 분위기다. 신문마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이 많이 실리고, 그 비판의 수위가 높아져 온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을 모시는 장관, 그것도 대통령이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감의 하나로 꼽는 정치인 입장에서 화가 난다는 것이 이해 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천 장관이 그렇게 화를 내기에 앞서 이 나라 정치가 이렇게 상스러워진 원인을 생각하고 그에 대해서 책임을 느낀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천 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노무현 정부가 잘못하는 것도 많다” “과거사는 학계에 맡겨야지 국가가 왜 개입하나” “사학의 사외이사는 한 명이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는데 그런 말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한 적이 있는가. 혹시라도 천 장관이 지위의 높낮이 없이 아이들이 듣기에도 민망스러울 정도의 말을 수챗구멍처럼 쏟아내고 있는 집권 세력의 분위기에 대해 따끔하게 한마디라도 한 적이 있는가. 

    이 정권은 대통령에서부터 총리, 장관 할 것 없이 틈만 나면 대한민국 역사를 조롱하고 비웃어 왔다. 이런 분위기에 올라탄 교수라는 사람이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뜻의 말을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 사람이 실정법에 따라 구속될 위기를 맞자 헌정 사상 최초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며 구출에 나선 것이 바로 천 장관이었다. 그랬던 천 장관이 신문에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싣는 사람들을 보면서는 “예전 같으면 모두 구속됐을 놈들”이라는 생각부터 떠올랐다는 얘기다. 

    법무부 장관이란 사람이 대한민국이 모욕당할 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대통령을 비판하는 소리엔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면 제대로 된 나라의 제대로 된 장관이라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