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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법무장관이 취중에 뱉어낸 말로 세상이 시끄럽다. 천 장관은 일부 보수논객들을 겨냥해 “기본도 모르는 4명인가가 대통령을 조롱하는 칼럼을 쓰고 있다. 시정잡배수준이다. 왜 자르지 않는지 모르겠다” “서울대 나온 사람들이 상고 출신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옛날 같으면 당장 구속감이다.” 고 말했다. 노무현 정권 들어 대통령을 비롯, 특히 정부 각료들이 돌아가면서 막말을 해대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모두다 면역이 됐는지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이번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입각 파동의 당자들인 노무현-이해찬-유시민 세 사람은 특히 막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이 “별놈의 보수” “이쯤이면 막 가자는 것” “다른 것은 다 깽판쳐도 남북관계만 잘 하면 된다.” 등으로 포문을 열자, 이에 뒤질세라 이해찬 총리는 “한나라당이 나쁜 것은 세상이 다 안다. 지하실에서 차떼기 하고 고속도로에서 수백억을 받은 당 아니냐” “조선-동아일보의 역사에 대한 반역죄는 용서하지 못한다. 조선-동아는 내 손아귀에서 논다”고 폭언을 퍼부었다. 유시민 어록도 이에 못지않다. 그는 “60~70대가 되면 뇌세포가 달라진다” “나는 한나라당 박멸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일갈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모범’을 보이니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초록은 동색이라고 유사한 언행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들의 험악한 말투를 통해서 노정권 실세들의 특징은 잘 드러나는 것 같다. 한마디로 경쟁하듯이 나라를 망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자들이 나라를 망치는가.
중국 전한시대 유향이 지은 설원(說苑)에는 나라를 번영하게 하는 여섯 종류의 관리와 나라를 망치게 하는 여섯 종류의 관리를 구분해 놓았다. 노무현 정권의 각료들은 이번에 입각하게 되는 유시민-이종석을 비롯해 대부분이 나라를 망치는 여섯 종류의 관리들이 아닌가 싶다.
첫째, 구신(具臣). 관직에 편안히 있으면서 봉록을 탐하고 공사(公事)에 힘쓰지 않으며 시류에 따라 행동하여 좌우의 정세를 관망하는 자를 말한다. 나라가 망하든 흥하든 자신의 보신만 추구하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들을 지칭하는 것 같다.
둘째, 유신(諛臣). 군주의 말과 행동은 모두가 훌륭하고 옳다고 말하며 은밀히 군주의 좋아하는 바를 알아내 권함으로써 군주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하고, 비굴하게 비위를 맞추어 즐거움을 같이하고 그 후에 오는 해악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통령 경호실장을 자처하는 유시민 의원을 비롯, 천정배 장관의 노무현 감싸기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노정권의 각료들 중 ‘예스맨’이랄 수 있는 유신이 아닌 자들이 몇 명이나 있는 지 궁금하다.
셋째, 간신(奸臣). 마음은 음험하고 외모는 소심하며 교묘한 말을 하고 안색은 선량한 척 하지만 어진 사람을 질투하고, 천거하려는 인물은 장점만 밝게 하고 악은 숨기며, 물리치려는 자는 단점만 드러내고 장점은 숨기며, 군주로 하여금 상벌을 부당하게 하여 호령을 실행하지 못하게 한다. 새삼스럽게 이름을 거론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인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넷째, 참신(讒臣). 지혜는 자신의 비리를 꾸미는 데 족하고, 말솜씨는 자신의 주장을 설득시켜 실행시키는 데 족하며, 안으로는 골육간을 이간시키고 밖으로는 조정의 내분을 꾀한다.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국민들을 속이면서 사악한 이기심만 채우고 있는 자들의 행태를 잘 말해준다. 조정의 내분을 국민분열 책동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끊임없이 계층간 갈등을 조장해 나라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는 노정권 핵심들은 예외 없이 참신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다섯째, 적신(賊臣). 권세를 제멋대로 하여 모든 일의 경중을 변경하고 사가(私家)에 도당을 만들어 부(富)하게 하고 군주의 명령을 고쳐 자신을 높이는 자를 말한다. 권력을 제멋대로 행사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노정권은 전체가 적신이라 불러 마땅할 것이다.
여섯째, 망국신(亡國臣). 간사하게 아첨하여 군주를 불의에 빠뜨리고 붕당을 지어 서로 친하며, 군주의 눈을 가려 흑백의 구별을 못하게 하고 시비를 분별할 수 없게 하며, 군주의 악을 나라 안과 사방의 나라에까지 퍼뜨린다.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자들이 대통령을 더욱 수렁으로 빠뜨리는 경우를 말할 것이다. 남북관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이종석 통일부장관 내정자는 망국신에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옛 왕조시대의 얘기이니 요즘세태에 딱 들어맞지는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라를 망치는 관료들의 행태는 대개 비슷하다 할 것이다. 사물의 조짐과 형태의 징조가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홀로 국가의 존망과 득실의 기미를 꿰뚫어 보고 사전에 미리 금하며, 군주로 하여금 초연하여 영예의 자리에 있게 하는 성신(聖臣)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국가의 혼란시기에 아첨하지 않으며, 감히 군주의 엄한 얼굴을 범해 면전에서 과실을 말하는 직신(直臣)이라도 몇 사람 있었으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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