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3일자 포럼면에 이기창 변호사가 쓴 '사학법 위헌을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사마천이 지은 ‘사기’에 “민중의 본성에 따라 다스리는 자가 이상적인 정치가라 할 수 있고, 여기에 비해서 이(利)를 내세우고 백성들을 자기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자는 그 다음이며, 백성을 가르치며 이끌어 가려는 자는 또 그 다음이고, 법에 의해 통제하려는 자는 다시 그 다음에 해당하며, 완력 으로 백성을 지배하려는 데까지 이르면 이미 위정자라고 할 수 없다”고 정치를 평한 대목이 있다.

    그러면 이상적인 정치가가 펼친다는 본성에 따른 정치는 어떤 정치일까? “같은 시공 속에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각자 자기 잘난 멋에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어 구성원 각자가 성취의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정치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각자 자기 잘난 멋에 살 수 있는 사회’는 ‘개인의 자유’를 전제로 해야만 이룰 수 있고,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사회는 ‘다양성’을 특징으로 한다.

    자유를 전제로 하는 공동체에서는 자기의 모든 일은 자기가 결정하는, 즉 자기 결정의 원리가 통용된다. 양심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조항은 바로 자유민주주의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자기 결정의 원리를 선언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어 자신이 결정하고 행동한 데 대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 자기가 결정하고 자기가 책임져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는 삶을 자기 지배의 원리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삶을 자아 완성의 삶이라고 한다.

    자기가 결정하고 자기가 책임지는 자아 완성이 이루어지는 사회는 개인의 능력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 발전도 모든 분야에서 자연히 빨라질 수 있다. 이러한 사회를 이끄는 정치 제도가 전체주의와 대칭되는 자유민주주의로서 우리 헌법전문에서도 이를 채택, 선언하고 있다.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사회 활동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어 자기 결정의 원리를 의사자치(意思自治), 사적자치(私的自治)의 원리라고도 한다.

    법인의 의사결정은 공익법인이나 영리법인 모두 각자 법인의 설립 목적에 따라 의사결정권을 가진 기관(이사회)에서 자연인 개개인의 양심의 자유와 같이 제3자의 구속이나 간섭을 받지 않는 의사자치,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노동조합이 영리법인의 의사결정 기관인 이사회에 참여해서는 안되는 법리가 바로 이 원칙의 표현이다.

    사학법인도 교육법인이다. 그러므로 의사결정기구에 제3자를 강제로 참석시켜서는 안 된다.

    사학법인이 부패하여 이사회를 다르게 구성해야 한다고 하지만, 부패했을 때는 자기 책임의 원리에 따라 행위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지, 행위보다도 전단계인 의사결정 자체에 간섭해서는 안된다.

    자기 결정의 원리와 자기 책임의 원리는 순서대로 양립돼야 한다. 의사결정이 없는데도 부패 즉, 책임을 이유로 의사결정 기관에 간여하겠다는 것은 의사표시가 없는데도 책임을 묻는 것과 같다 . 자기 결정의 원리가 있으나 마나 하는 존재로 전락, 자기 결정의 원리는 허구만 남게 되고 자유민주주의도 허상만 남게 되어 통제사회(전체주의)로 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법인의 설립 목적이나 의사와 관계없이 사학법인 이사회 에 일정 비율의 개방형 이사를 의무적으로 받아들이라는 사학법의 조항은 헌법전문에서 선언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원리와 양심의 자유 조항에 어긋나는 위헌 법률로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