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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2일자 오피니언면에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가 쓴 시론 '공공노조가 지배하는 세상 만들려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인권’을 내걸고 민감한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일방적인 권고를 해온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참여를 허용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인권기본계획안을 확정해서 발표했다. 그간의 활동에 대한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독단적인 인권관을 집대성해 놓은 이번 계획안 중 특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은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참여 허용이다.인권위는 “국공립 대학 교수는 정치활동을 허용하면서 초중등 교사의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 이유는 번지르르한 핑계에 불과할 것이다. 상당수의 교수들이 각종 선거에 출마했고 몇몇은 당선돼 의정활동을 했거나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교수들의 정치참여는 어디까지나 이들의 개인적 활동이었다.
교사들은 전교조라는 막강한 노조를 갖고 있으며 공무원들 또한 금년부터 노조를 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교수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초점을 흐리는 것이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허용하자는 것이지 이들의 노조에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 역시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교사들이 선거에 출마하고 특정정당 후보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인다면 이들은 전교조가 주도하는 정치활동의 일환으로 움직이는 교사들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권위의 권고는 무소불위의 전교조에 날개를 달아 주는 격이다.
사기업에 노조가 있으니 공무원과 교사들이 노조를 조직하는 것은 당연하며, 노조가 제구실을 하기 위해선 정치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공무원 노조나 교원 노조 같은 공공노조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것이다. 공공노조가 유난히 강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백하다. 사기업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망하기도 하며, 노조가 파업하는 경우에 사업주는 이에 맞서 직장을 폐쇄할 수도 있다. 기업이 망하면 노조도 같이 망하기 때문에 사기업 노조에 제일 무서운 것은 기업간의 경쟁이다.
그러나 공공노조는 경우가 다르다. 공무원과 교사들이 몸담고 있는 정부와 학교는 경쟁을 하지 않으며 문을 닫을 수도 없다. 선진국에서 사기업 노조는 쇠퇴일로에 있지만 공공노조는 갈수록 강력해져서 정부와 학교가 노조의 ‘포로’로 전락했다는 한탄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막강한 공공노조가 정치 활동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는 미국을 보면 잘 알 수 있다.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노조는 자동차 노조도 아니고 철강 노조도 아닌 전국교원노조(NEA)다. 과거의 공산당을 빼닮은 조직을 갖고 있는 이 단체는 자신들의 노선에 반대하는 후보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이고, 그들에 우호적인 후보에겐 헌금을 많이 하는 등 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교원노조 때문에 미국의 공립학교가 병들어 있지만 미국 민주당이 공립학교 개혁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것도 교원노조가 민주당의 후원세력이기 때문이다. 공공노조는 정부 재정을 파탄에 빠뜨리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주가 대표적 경우다. 2003년 선거에서 재정개혁을 내걸고 주지사로 당선된 아널드 슈워제네거도 공공노조의 격렬한 정치공세에 봉착해서 공약을 이행하고 있지 못하니, ‘터미네이터’보다 더 강한 것이 공공노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합법적으로 설립하기도 전에 불법파업을 감행해서 나라를 소란스럽게 한 공무원 노조와 학생들에게 편향된 이념을 주입해 온 전교조가 정치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경우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때문에 인권위의 행보에 어떤 정치적 저의가 있지는 않은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