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의원의 입각은 차세대 육성 차원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난 직후, 여권 내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차세대 후보군이 누구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시민 파동'을 계기로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평가받던 정동영·김근태 두 전직 장관이 하루아침에 사실상 여권 내 일개 대선 후보군 중 하나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당장 여권 내부에서는 차세대 후보군으로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비중있게 거론하고 있다. 이들은 청와대가 차세대 ‘덕목’으로 지목한, 소위 ‘차세대 양성소’로 불리는 장관직을 수행하거나 수행했던 경험을 지니고 있다. 또 당내 선거를 통해 원내대표나 상임중앙위원으로 선출된 이력을 가지고 있거나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이다.

    우선 지난해 6월 법무부 장관에 입각한 천 장관이 차세대 후보에 가장 맞닿아 있다. 천 장관은 지난 2003년부터 서울 여의도 인근에 ‘연구소’로 불리는 개인 사무실을 내고 암암리에 대권 도전을 위한 기반 닦기 작업을 가동해 왔다는 전언이다. 특히 지난 2003년 말 노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당·청 협의를 하지 않고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다면서 청와대의 인사 쇄신 등을 주장하는 바람에 한때 노 대통령과의 관계가 다소 소원해지기도 했었지만 장관에 발탁된 것을 보면 노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게 맞닿아 있다는 당 안팎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천 장관 진영에서도 일단 5월 지방선거를 전후한 시점에 당 복귀 여부를 검토하는 등 슬슬 대권 프로젝트 가동을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여권 내 핵심 관계자는 “천 장관이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복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복귀하는 즉시 호남지역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남 신안 출생으로 목포고를 기반으로 한 조직과 당내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해찬 국무총리를 꺾은 바 있어 무시못할 세력이라는 천 장관이 차기 대권 레이스에 가세하기 위한 준비 기간과 조직다지기 등을 감안할 때 지방 선거를 앞두고 당에 복귀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김 전 장관도 노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차세대로 꼽히고 있다. 여권의 지지기반이 취약한 영남지역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데다가, ‘리틀 노무현’으로 불릴 정도로 ‘노심(盧心)’을 가장 잘 안다는 평가다. 실제 김 전 장관이 오는 2․18 전당대회와 5월 지방선거에 전의를 다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김 전 장관은 청와대가 차세대 기준 요건으로 언급한 당내 선거를 통한 원내대표나 상임중앙위원으로 선출된 적이 없고 번번히 고배를 마셔야 했던 만큼 이번에 이같은 ‘요건’만 채운다면 노 대통령의 뒤를 이를 차세대로 급부상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김 전 장관 진영도 당의장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나 5월 지방선거에 경남도지사 당선을 위해 정치생명을 걸고 사활에 나섰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전 장관도 차세대 핵심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강 전 장관은 현재까지는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일절 밝히고 있지 않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달리고 서울시장 후보로 여권의 러브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 대통령이 ‘차출’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강 전 장관이 서울시장 출마 보다는 '차차기'를 내다보며 폭넗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02년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당시 끝까지 경선에 참여하면서 여권 내 입지를 굳혔던 정동영 전 장관을 보면서 차차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계산이다. 항간에서는 강 전 장관이 10여억원에 이르는 남편 빚을 모두 청산했다는 소문과 함께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채비를 보이고 있다는 후문도 떠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