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의원 입각 파동’에 따른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들의 반발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 요청 ▲책임자 해명 요구로까지 이어지면서 조직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책임자 해명 요구와 관련해서는 이들은 특정인물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인사 제청권자인 이해찬 국무총리를 겨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유 의원의 입각에 대한  반발  ‘1·2개각’에 유감을 표명했던 열린당 서명파 초·재선 의원들은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당·정·청 관계의 재구축 필요성에 대해 전적으로 의견을 함께 했다”면서 이같은 내용을 공식 요구했다.

    이들은 우선 “5·30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당을 중시하는 풍토를 확립해야 한다는 데 참석자 모두가 인식을 함께 했다”면서 당·정·청 관계의 문제의식 공유와 대안 마련을 위한 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당의 정치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지도부 공백상태를 초래하는 등, 최근 당·정·청 관계에서 나타난 일련의 불협화·불일치에 대한 책임 있는 관계자의 해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모임의 간사격인 최재천 의원은 '책임있는 관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 “굳이 표현하면 당·정·청 사이의 정책조정을 담당하는 관계자들로 알아달라. 더 이상의 특정은 곤란하다"고 말해, 사실상 인사 제청권자인 이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이날 비공개 모임에는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인사 제청권자인 이 총리의 책임론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이 모임의 지속적 필요성에 대해 참석자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면서 향후 당·정·청 관계 재정립을 위해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고 특히 24일 원내대표 경선이나, 2․18 전당대회 당의장 선출 과정에서 당·청 관계를 정확하게 정립하고 그런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 모임 소속 의원인 문병호 의원은 “이날 모임에는 청와대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이런 사태가 오기까지 (태도가) 미진했던 당 지도부에 대한 아쉬움도 표시됐다”면서 “원내대표나 의장 선거에서 당·청 관계 재정립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하자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고 전했다. 

    최재천 의원은 당·청 관계를 썀쌍둥이에 비유하며 “당·청 분리 원칙은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모든 업무 등을 분리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양자가 공동운명체인만큼 적절하게 책임지는 것이 맞다”면서 “당이 정권의 주체로 정부를 이끌어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1·2개각'에 당초 강하게 발끈했던 이종걸 의원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대통령의 인사고유권이라는 말이 인사독점권으로 잘못 들리는 측면이 있다. (인사독점권은) 과거 독재정권에서나 통용됐던 말”이라면서 “인사청문회법 등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여당은 대통령이 사전에 행사한 인사권에 밑닦기 식으로 정당성만 부여하는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 모임의 또 다른 의원은 "남편이 아내를 실컷 때려놓고, 하룻밤 지난 뒤 괜찮다고 하면 용서받을 수 있느냐"며 당·청 관계를 '폭력남편'과 '매 맞는 아내'에 비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들은 이날 모임에서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노 대통령의 차세대 육성 차원’이라는 청와대 입장에 대해서도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모임 직후 “노 대통령은 누가 키워줘서 대통령까지 됐느냐"며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못한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은 당초 유 의원의 입각에 반대하는 등 ‘1·2개각’에 유감을 표명했던 서명파 18명 외에도 우원식 박상돈 우상호 최용규 의원등 16명이 참석하거나 취지에 공감을 표해, 이 모임의 총 인원은 34명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