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9일자에 실린 '대통령이 유시민 의원을 지도자로 키운다는데'라는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청와대 윤태영 연설기획비서관은 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준비하는 대통령’이란 글을 올려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한 건 유 의원을 차세대 지도자그룹으로 키우기 위한 것으로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스스로 레임덕을 두려워해 차세대 지도자를 키우는 데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윤 비서관은 대통령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짚는다는 평을 듣는 인물이다. 

    우선 윤 비서관의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유 의원의 장관 내정을 발표할 때 그런 대통령의 '심모원려'를 국민에게 설명했어야 했다. 청와대 인사수석을 내세워 “유 의원은 특정계층의 대변자라 적임자”라는 억지 이유를 둘러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일이 아니었다.

    다른 건 그렇다쳐도 대통령이 레임덕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유 의원 같은 차세대 지도자를 키우려 한다는 건 속보이는 얘기다. 곧 열릴 집권당 전당대회에서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 당권을 잡을 경우 정권의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게 될 거라는 건 정치 문외한에게도 훤히 보이는 일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유 의원에게 무대를 마련해줘 차기 주자들이 시도할지 모를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을 감시하고 견제하도록 하려 한다는 해설이 나돌았던 것이다. 

    정말 걱정되는 것은 차세대 지도자를 골라내는 대통령의 안목과 그걸 밀고 나가는 대통령의 집념이다.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의 요건으로 가장 먼저 국가경영능력을 꼽고 그 다음으로 국가통합과 안정감, 도덕성, 개혁성 순으로 생각하고 있다(지난해 12월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여론조사). 이런 국민의 기준은 이 정권 3년을 지켜보고 난 체험학습의 결과다. 국민들이 유시민이란 이름 석 자를 듣고 떠올리는 건 백바지 차림으로 의원 선서를 하려던 모습과 이라크 파병에 대한 말바꾸기, ‘노사모 주식회사 대표’로서의 국민 편가르기 발언들이다. 대통령이 국민 분열에 남다른 장기를 지닌 정치인을 자신의 후계 그룹으로 키우려 한다는 것은 고통받는 국민에 대한 새로운 학대나 마찬가지다. 이 정권이 연초부터 이 같은 통속적 권력게임으로 국민들의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예의를 잃은 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