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입각 파동’으로 불거진 열린우리당 내 갈등이 정동영·김근태 두 전직 장관간 당권 경쟁과 맞물려 정·김씨를 중심으로 당내 각 계파간에 ‘음모론’과 ‘역음모론’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갈등 양상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계파간 ‘음모론’과 ‘역음모론’의 중심에는 청와대의 유 의원 입각강행 기습통보 직후인 4일 오후 유 의원의 입각에 반대하며 당·청 관계 재정립을 요구했던 초·재선 의원 ‘18인 성명’이 부각되고 있다. 김 전 장관계나 친 유시민 의원계, 친노무현 그룹 진영 등에서는 당초 개각에 대한 당내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이 유 의원의 입각 반대로 옮아간 이유는 특정세력의 시나리오 때문이라는 주장이 흘러나온다. 여기서 그 특정 세력이란 정 전 장관쪽이며 사실상 이번 ‘유시민 파동’은 정 전 장관의 음모이라는 것이다.
실제 유 의원이 좌장격으로 있는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련)와 당내 친노그룹, 그리고 김 전 장관이 주축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최근 모임에서는 “특정 정치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말도 심심찮게 흘러나왔다고 한다.
특히 일각에서는 ‘18인 성명’을 주도했던 김영춘 의원이 정 전 장관의 당의장 시절 비서실장이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모종의 뒷얘기가 있지 않았겠느냐며 강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더우기 김 의원은 2·18 전당대회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지도부 입성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정 전 장관과 연대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통일부 장관직 사의 표명 때 ‘유시민 의원에 대해 입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음해성 소문에서부터 유 의원 입각 반대를 뒤에서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 등은 오히려 자신을 당내 갈등의 주범으로 몰아가려는 ‘역음모’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정 전 장관은 6일 오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가진 당 복귀 기자회견에서 “무슨 일이 터지면 무슨 계가 어떻고 계파를 얘기하지만 대개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면서 당내에서 일고 있는 음모론 등을 일축했다.
정 장관은 그러면서 ‘유 의원 입각 파동’에 대해서는 “당으로서는 집권여당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에 상처를 받은 느낌이다. 의원들의 정서에 공감하는 동시에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권위에도 부담이 생긴 점이 대단히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청 간 의사소통 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의 정치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김씨는 지난해 말 당 복귀를 앞두고 당권장악을 위한 사전 물밑 작업에 나섰었으며, 열세인 김 전 장관이 자신을 중심으로 한 당내 ‘범개혁세력’을 결집하기로 하고 이에 유 의원 등이 암묵적인 동조를 보내왔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시민 파동’은 2·18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간 당권경쟁과 맞물리면서 그 전초전 성격을 띨 1·24 원내대표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