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택은 당원과 서울시민의 선택이 있고 어느 정도 가봐야 경선구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재오 선배와는 항상 같이 갈 것이고 당원과 국민의 선택과 평가기준에서 내가 취약하다면 이 선배에게 양보할 것"(박계동 의원)

    "홍준표나 박계동 두 사람 모두 내가 아끼는 후배고, 인간적으로 같은 정치를 해 온 만큼 세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단일화를 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조정이 될 것"(이재오 의원)

    "이재오 선배나 대학동기인 박계동 의원이 나보다 본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나오면 싸우지 않을 것이다. 여태껏 함께 협력하며 정치를 했는데 각자 자기 욕심으로 뛰쳐나가고 완주하려는 행위는 나부터도 하지 않을 것"(홍준표 의원)


    차기 서울시장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한나라당 박계동 이재오 홍준표 의원은 이달 초 뉴데일리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각각 이같이 말했었다.

    후보단일화에 대한 세 사람의 당시 견해는 약간의 온도차가 있었지만 크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 세 사람의 단일화 작업이 삐걱거리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당초 예상과 달리 한나라당의 경선레이스는 다자구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홍 의원은 예전과 달리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높게 점치지 않았다. 오히려 "이재오 선배랑은 가능할 수 있으나 박계동 의원과는 안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홍 의원은 29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보단일화의 진행과정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후보단일화 추진위원회를 구성, 1월 5일 최종 후보단일화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진 박계동 이재오 의원의 단일화에 대해서도 "힘들다. 안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박 의원의 출마 의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이 의원이 양보하지 않는 한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의원과의 단일화 가능성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박 의원과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 뒤 "이 의원과는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홍 의원이 박계동-이재오 의원간의 단일화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질문에 "(홍 의원은) 잘 안되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재야운동을 했기 때문에…"라며 "단일화가 안되면 추진위원회도, 두 사람(박계동 이재오)도 다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이달 초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과의 단일화는 기정사실화 하면서도 홍 의원과의 단일화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못해 세 사람간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했다. 당시 그는 "홍 의원이 당내여론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면 지지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바닥민심은 그렇지(홍 의원에게 유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한 뒤 "홍 의원은 (수도이전과 관련해) 부적합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 의원 뿐 아니라 박 의원과의 단일화에도 높은 가능성을 시사했던 홍 의원마저 박 의원과의 단일화가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박계동-이재오-홍준표 의원간의 교통정리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달 5일 후보단일화를 결정할 방침을 세운 박계동-이재오 의원간의 단일화 여부도 확실치 않은 모습이다. 박 의원은 "15인으로 구성된 단일화 추진위원회의 의견을 따를 것이고 판단기준은 내용면에서 적합성을 기준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는 한 사람이 양보하는 형식으로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한 사람은 당 대표를 맡는 등 역할분담이 이뤄지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내심 이 의원이 당 대표로 방향을 선회하길 기대하는 눈치.

    실제 세 사람의 후보단일화가 거론될 당시 '이 의원은 당권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서울시장에 대한 박 의원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도 두 사람의 단일화를 쉽게 낙관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박 의원 측에서는 "의원직까지 던질 각오가 돼 있다. 의원직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박계동 밖에 없다. 아마 의원직을 던지고 경선에 참가하자고 하면 아무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세 사람 중 가장 빨리 '의정보고서'를 만들어 배포했다. '2005년 의정보고서'라 하지만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홍보물인 셈.

    이재오 의원은 "세 사람은 같이 가야한다"면서도 "단일화라는 것은 지지도가 좋건 좋지않건 관계없이 인간적으로 내가 선배한테 양보하거나 혹은 후배한테 양보하는, 먼저 자신이 그만 둘 생각을 가져야 이뤄질 수 있다"며 '선후배간 인간적인 양보가 선행돼야 가능함'을 강조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홍 의원도 차기 서울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고 타 후보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할 수 있는 시점과 경계를 이미 넘은 듯 보인다. 이 의원 역시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한 주간지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자신이 선두를 달리고 있음을 강조하는 등 출마의지를 쉽게 굽히지 않을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세 사람의 후보단일화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