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30일자에 실린 사설 '황우석이 우롱한 대한민국'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황우석 교수팀 연구를 검증 중인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보고한 줄기세포는 모두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 세포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황 교수가 "배아 줄기세포의 원천기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온 5개의 냉동보관 세포도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체외수정) 배아 줄기세포로 드러났다. 조사위는 "현재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찾을 수 없고,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할 데이터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5년 논문은 조작으로 판명났다. 2004년 사이언스 논문과 복제 개 스너피의 진위, 황 교수가 제기한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을 가리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가 없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다. 황 교수와 그 팀 내부에서 벌어진 논문 조작에 국민 전체가 놀아난 것이다.

    황 교수에게는 스스로 고백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는 끝까지 국민을 우롱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이 드러난 이 순간 그는 과학도를 가장한 사기꾼이었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민은 허탈할 뿐이다. 이렇게 완전하게 속아 넘어가 그를 과학적 영웅으로 떠받쳤던 지난 일이 부끄럽고 한탄스럽다. 이런 참담한 현실을 맞아 황우석 신화 만들기에 한몫했던 우리 언론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논문 조작 혐의가 불거진 뒤에도 진실에 접근하지 못한 채 뒷북이나 치고 따라다닌 점 반성의 자료로 삼고자 한다.

    논문 조작 가담자들에 대해서는 사법적 처리 등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들이 흥청망청 썼던 연구비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과학진실성위원회 설치 등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난자 취득에 필요한 윤리기준도 재정비해야 한다.

    서울대 조사위는 재검증에 끝까지 엄중해 주길 바란다. 그래야 허위와 조작이 판치지 못할 것이다. 정부도 배아 복제에 치우친 연구지원 체계를 다시 손질해야 한다. 황 교수팀은 해체돼야 마땅하다. 새 팀에 의해 정직하고 윤리적인 생명공학이 탄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