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8일자에 실린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열린우리당 정책연구기관인 열린정책연구원은 26일 배포한 ‘2006년 지방선거 종합 매뉴얼’에서 “내년 지방선거 후보의 상품성을 극대화하려면 ‘언론 홍보사업’과 ‘기자 관리 사업’ 등 ‘언론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원은 ‘언론 홍보사업’은 후보들이 기자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신문에 실리는 공천 유력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일 같은 것이고, ‘기자 관리 사업’은 친한 기자들과의 인맥을 형성하는 일이라고 했다. 연구원은 또 “여야 모두 공조직 기능이 축소돼 있어 후보들로선 최소한의 자기 조직 없이는 선거를 치르기 어려우므로 일선 정예 조직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낮아지는 추세이므로 동원하기 쉬운 (후보자) 출신 지역 투표율이 변수”라는 지적도 했다. 

    집권당 ‘싱크탱크’가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당선되고 싶으면 평소에 기자들을 끌어당겨 얼굴 알리는 덕을 보고 선거에 들어가서는 사조직도 동원하고 소지역주의도 부추겨서 고향 사람들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끌어내라”고 부추기는 이야기로 들린다. 선거법에는 후보들이 선거운동에 사조직을 동원하는 건 불법이라고 규정돼 있다. 

    열린우리당의 선거 교본이 후보들에게 ‘언론 홍보 사업’과 ‘기자 관리 사업’을 권유한 건 코미디 같은 느낌을 준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공무원들에게 “기자들과 소주 먹고 헛소리하지 말라”는 식의 훈계와 압박을 되풀이해왔고 청와대 수석들은 공무원들에게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과는 상대할 생각도 하지 말라며 그런 공무원은 그만 둘 생각을 해야 한다고까지 엄포를 놓았었다. 그러던 정권이 이제 와서 뒷전으로 기자들을 끌어들여 인맥을 조성하라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정권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칸막이식’ 정권인지 아니면 위·아래와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한 정권인지 모를 일이다. 

    하긴 이 정권의 표리부동은 이번만이 아니다. 당정관계만 해도 대통령은 ‘당정 분리’를 강조해 왔으나 여당 의원이 얼마 전 “진짜 중요한 사안은 전부 당이 청와대 결정을 따랐다”고 털어놓았었다. 지난 4월엔 여당 당의장이 외신기자들에게 “우리가 깨끗한 선거문화를 만들었다”고 자랑한 당일에 선관위가 여당 후보 진영의 돈봉투 돌리기를 검찰에 고발했었다. 국민들은 입만 열면 권언유착 청산과 사조직 철폐를 주장하던 여당의 그 입에서 ‘언론 사업’을 독려하는 말이 흘러나오는 걸 보고 들으며 위선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