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없이도 날치기 통과시키고 했는데 지금 와서 한나라당이 필요한 게 뭐가 있느냐"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배제한 채 국회 의사일정을 강행하겠다며 '최후통첩'을 했지만 한나라당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이제껏 한나라당 없이 단독으로 법안통과를 시켜놓고 민생문제를 핑계로 삼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느냐'며 제 갈길을 갈 뜻을 재천명했다. 25일 호남폭설피해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렇게 끝낼 것이라면 시작도 안했다"며 장외투쟁을 계속 이어갈 것임을 밝힌 바 있는 박 대표는 26일 오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기조를 거듭 강조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호남폭설피해에 대한 대책마련의 시급함을 주장하며 한나라당에 등원압박을 하고 있는 열린당을 향해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데 대해 한심함을 금할 수 없다"며 맹공을 쏟았다.

    박 대표는 "지난 주 월요일부터 여당이 단독으로 국회를 열겠다고 하더니 28일부터 다시 단독으로 열겠다고 한다"며 "날치기 사학법 통과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을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문 걸어닫고 단독으로 통과시키지 못한 게 뭐가 있느냐"고 성토했다.

    박 대표는 "우리 없이도 통과시킬 수 있는데 지금 와서 한나라당이 필요한 게 뭐가 있느냐"며 "열린당이 민생문제까지 핑계를 대면서 정략적으로 이용하는데 국정을 책임진 여당의 무책임한 그런 태도에 한심함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그동안 국회가 공전된 뿌리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파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진행중인 장외투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확인시켰다.

    강 대표는 "그동안 여당의 부동산 법안과 한나라당의 감세법안 등이 재정경제위원회의 세법소위에서 심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당이 부동산 법의 시급함을 강조하며 한나라당이 내놓은 부동산 법과 함께 심의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 일체 협상을 할 자세가 안돼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한나라당 정책위에서 회담을 열고 부동산법과 감세법안을 처리하자고 촉구했고 뒤늦게 정책위의장단 회의를 열어 함께 의논했고 다소 진전도 있었다"며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야당을 무시하고 재경위 세법소위에서 부동산 법안만 날치기를 하더니 사학법을 과거에 볼 수 없는 경호권을 발동하면서 날치기로 처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말 예산문제가 있음에도 불구 모든 것을 팽개치고 민생을 저버리고 막무가내로 처리한 열린당에 민생 등 모든 것을 포기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렇다면 이 땅에 야당은 필요없는 것 아니냐. 뭐 때문에 한나라당이 필요하냐. 달면 빨고, 쓰면 뱉고 하는 열린당의 행태에 우리가 항거하기 위해 지금까지 상임위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장외투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당내 사학법 무효투쟁운동본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전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27일 대구에서 계획된 장외집회를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사학법 무효투쟁운동본부장인 이규택 최고위원은 비상대책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27일 대구에서 3시 40분부터 집회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28일도 대전으로 거의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물론 민생도 중요하지만 조금전 박 대표와 강 대표가 말한 대로 사학법을 처리한 목적 중 하나가 민생이 아닌 정부·여당이 정권연장에 올인하기 위함"이라며 장외투쟁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사학법 투쟁은 민생보다 더 중요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함"이라며 "일부에서는 등원 얘기도 있지만 그 문제는 원내대표에게 맡기고 계속 장외투쟁을 하기로 했다"고 말한 뒤 "노무현 대통령이 종교계 지도자를 만나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한나라당은 초지일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선 최고위원도 "이해찬 국무총리나 장관 등을 임명할 때는 여당이지만 강경 날치기를 할 때는 두 개의 여당이 있고 한나라당을 탄압할 때는 3개의 여당이 있기에 한나라당은 유일한 민생야당"이라며 "국회의 정상적인 의사도 거치지 않고 여당이 문을 걸어 잠그고 야당을 내쫓았기 때문에 야당이 야당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한 뒤 "한나라당의 항의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