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사립학교법 무효화 장외투쟁이 일주일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여론이 한나라당이 생각한 대로 넘어오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사학법 여론이 한나라당으로 쉽게 돌아오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홍보논리와 전략의 부재를 꼽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MBC KBS SBS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자신들의 장외투쟁으로 여론이 반전되고 있다고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여론조사는 각 방송사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폴’로 대외적으로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최근 한겨레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실시한 사학법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여전히 찬성(53.7%)이 반대(32.3%) 보다 높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를 필두로 한 사학법 무효투쟁으로 여론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사학법에 대한 대국민 홍보전에는 아직까지 열린우리당에 비해 치밀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열린당은 ‘사학법=비리사학 척결’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해 이 기치 아래 일사불란하게 홍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와 사학재단 이사장의 면담에 대해서는 “사학재단편에 서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로 평가절하하고 종교단체와의 만남은 “종교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폄훼한다.

    열린당은 또한 한나라당과 관련된 사학재단 비리 뉴스를 부각시키며 사학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서영교 부대변인은 19일 ‘차떼기당에서 등록금 횡령당, 사학비리당까지’라는 논평을 통해 의정부 경민학원 이사장인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 홍문종 전 의원의 부친이 공금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것과 박 대표의 인터넷특보였던 황인태씨의 서울디지털대학 등록금 횡령 사건을 다시 꺼내들며 한나라당이 비리 사학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강조했다.

    이 같은 열린당의 홍보는 일반인들에게 ‘사학법=비리사학 척결’이라는 선명한 이미지를 심어주며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소속 의원들의 각개전투에만 매달리는 한나라당

    반면 한나라당은 현재 사학법 반대 논리를 전파할 뚜렷한 홍보이미지가 없을뿐더러 체계적인 홍보 전략도 미흡한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학법에 대해 ▲지나친 사학 규제 ▲사학의 경영권 침해 ▲교육현장의 정치화 및 초법화 ▲직권상정에 의한 날치기 통과 등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사학법을 전교조에 의한 사학 점령 의도로 규정하며 여권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사전작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 같은 사학법 반대 논리는 일반 국민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열린당의 ‘사학법=비리사학 척결’처럼 확실히 각인시킬 만한 통일된 홍보 논리가 없다.

    그나마 한나라당이 강조하고 있는 전교조에 의한 사학 점령 논리는 몇몇 의원들의 친북 좌경 발언 등으로 인해 ‘색깔론’으로 몰려 그 설득력이 퇴색돼 버렸다.

    한나라당의 대국민 홍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원인은 소속 의원들이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가진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번번이 제대로 된 논리를 펴지 못하고 수세에 몰린다는 점이다. 이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학법 무효투쟁을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이론무장'이 덜 됐다는 것을 반증한다.

    ‘사학법 무효투쟁 및 우리아이지키기 운동본부’ 본부장인 이규택 최고위원은 2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내내 발간된지 3년이 넘은 월간조선 2002년 5월호의 기사를 예로 들며 사학법 처리의 속뜻이 전교조 출신이나 친북좌경 세력에 의한 불순한 좌파 이념 교육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은 인터뷰 내내 뚜렷한 증거를 대지 못했으며 논리정연하게 사학법의 부당함을 설명하기 보다는 친북좌경 세력에 의한 학교 접수라는 추상적인 개념만을 반복하기에 급급했다.

    소속 의원들 모두가 사학법에 대한 이론무장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운동본부 소속 의원들에게는 ‘사학법 반대 이론무장’이 기본이다. 또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효과적으로 살리려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현재 이런 홍보룰 조차 마련하지 못한 모습이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대국민 홍보를 위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홍보논리를 세우기보다는 의원들의 각개전투를 연상시키듯 개인별 반대논리로 국민들을 설득시키려 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국민들에게 ‘우왕좌왕’하는 것으로 비쳐질 뿐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번 사학법 싸움은 여론의 불리함을 알고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싸움은 어차피 시작됐고 박 대표의 말처럼 ‘어설픈 등원’은 없을 것이라면 사학법 무효화를 위해 국민여론을 등에 업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체계적인 홍보 전략을 세우고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일 때이라는 게 당 안팎의 일관된 충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