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0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 여러분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당 의장은 18일 당·정·청 워크숍에서 “소수 기득권 세력만을 위한 수구 우파가 다음에 집권한다면 남북평화와 번영은 후퇴하고, 조세 체제와 부동산 시스템은 상위 2%만을 위한 것으로 재편될 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후퇴며, 재앙이다. (우리가) 적어도 10년은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 말대로 지금의 여당이 10년 더 집권한다면, 한국과 한국 국민은 어떻게 될까. 그걸 예측하기 위한 출발점은 ‘국민의 오늘’이다. 지난달 이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 정부 들어 개인의 경제적 상황이 좋아졌다’(코리아 리서치)는 응답이 7.8%인 반면, ‘나빠졌다’는 응답은 49.6%였다.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국정능력에 대해 64.7%가 ‘경제정책에 대한 식견’을 꼽았다. 왜 이랬겠는가. 이 정권 들어 세상 살기가 더 팍팍해졌다는 이야기다.
이 정권이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국민이 이렇게 고달파졌을까. 다시 여론조사를 보자. ‘과거사 정리보다 안정이 중요하다’(갤럽)는 응답이 77%, ‘외교상 중시해야 할 국가는 미국’이라는 응답이 55.2%, ‘대북 인권 결의안에 찬성해야 한다’(리서치 앤드 리서치)는 응답이 53%다. 입법·행정·사법부 등 국가기관 전체가 달려들어 과거사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은 20% 남짓에 불과하고, 미국을 떼놓고 우리 민족끼리 살아가자는 외교 안보 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과반수 이상 국민이 “잘못됐다”고 한다. 이런 결과가 쌓여 여당에 대해 ‘이전에는 좋았는데 지금은 싫다’(41.0%), ‘이전에도 싫고 지금도 싫다’(30.7%) 등 전 국민의 70%가 지금 여당이 싫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고 하는 것이다.
임기 5년의 절반을 넘긴 이 정권의 국정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은 모두 20%대다.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한 정도의 지지도다. 의원 내각제라면 벌써 의회를 해산하고 그 결과 새 정권이 들어섰을 것이다. 지금의 국민 심정은 정확히 말해 ‘여당 반대’, ‘야당 지지’도 아니다.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살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을 여기까지 몰아넣은 이 정권이 국민의 굽은 허리 펴줄 생각은커녕 국민더러 “당신들이 야당을 선택하면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아예 양심마저 저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 정권은 국민을 잘못 봤다. 국민을 협박할 테면 해보라. 이제 국민은, 이 정권은 무섭지 않다. 오늘을 살기가 두렵고 내일을 헤쳐나가기가 무서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