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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 논란으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황 교수에 대해 맹목적 지지를 보낸 집단과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집단 간에 희비의 쌍곡선이 엇갈리는 미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황 교수 연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로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으며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MBC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발언 이후 보류됐던 ‘PD수첩’ 미방영분을 내보내는 등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황 교수 연구에 대해 생명윤리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민주노동당의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민노당은 ‘황 교수 물고 늘어지고 PD수첩 편들고…민노당 도대체 왜?’라는 제목의 지난 8일자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왜곡보도”라며 지난 13일 정정 보도를 요청한 것에 이어 16일 재차 정정 보도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MBC ‘PD수첩’팀의 취재에 협력해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는 조선일보 기사 중 민노당이 문제 삼는 것은 ‘10월 국정감사 때는 난자취득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서울대 수의대에 회의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당시 황 교수는 민노당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고 했었다’는 부분과 ‘민노당 장애인 위원회가 황우석 연구팀의 생명윤리정책 등에 대해 각을 세우고 있는 정책위에 반발했었다’는 부분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을 통해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며 “황 교수가 민노당이 요구한 자료 때문에 연구를 못할 지경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는 이미 조선일보가 첫 번째 보도(10월 6일자)를 냈을 때부터 국감시 민노당이 요구한 자료에 황 교수가 직접 대답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담당기자에게 상기시켰다”고 반박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지난 8일 조선일보측에 정정 보도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이틀 뒤에 정정 보도를 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정정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며 “조선일보가 약속을 지키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법적 절차를 포함한 다른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민노당은 이번 황우석 사태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다른 정당과는 다르게 “우리사회의 마녀사냥식 분위기 속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달았다”며 ▲진실규명 ▲국가정책운용시스템의 문제파악 ▲정치권 자기반성 ▲재발방지위한 대책 마련 등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들의 입장이 잘못 전달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어 정정 보도를 요청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전 국민적인 관심사인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일이라면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민노당이 정정보도 요청 목소리를 점차 높이는 시점이 미묘하게도 황 교수의 줄기세포가 조작일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번 조작 논란이 그동안 ‘황 교수 연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일반인들의 지탄을 받으며 ‘수세’에 몰려있던 민노당이 다시 어깨를 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닌지 씁쓸함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