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고건 전 국무총리마저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이 16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한나라당의 '사학법 원천무효' 장외집회에 참석한다.

    당초 이 시장은 이날 1박 2일 코스로 백령도의 서해 해군 및 해병부대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매년 연말이 되면 이 시장은 군 격려방문을 해왔고 이번에도 같은 취지로 백령도에 있는 해군부대와 서해교전이 이뤄진 연평도 근처를 방문해 추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5일 저녁까지 예정된 일정이 갑자기 변경됐다. 한나라당이 16일 열리는 '사학법 원천무효' 장외집회에 이 시장의 참석을 요청했기 때문. 서울시 관계자는 15일 밤 11시 40분경 뉴데일리에 전화를 걸어 "16일 출발 예정이던 백령도 격려 방문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16일 시청광장 앞에서 열리는 사학법 반대 집회에 이 시장의 참석을 강력히 요구해와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대표가 사학법 반대에 당의 사활을 걸고 총력을 기울이는 중요한 행사인 만큼 당 소속 단체장이며 유력한 정치인인 이 시장이 불참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 시장측 한 관계자도 16일 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사학법 반대집회를 시청 앞에서 하는데 이 시장이 꼭 참석을 해야 한다고 밤늦게 당에서 강하게 요청이 왔다"며 "방문하기로 한 부대에서도 연기를 해도 괜찮다는 입장을 밝혀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시장은 박 대표의 사학법 반대 장외집회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 대표가 평소와 달리 고압적인 태도로 소속 의원들의 '이탈과 잡음'에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등 강공을 펼친 반면 이 시장은 사학법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한나라당의 무기력함을 지적하며 "야당다운 야당이 되어야 한다"고 짤막하게 비판한 뒤 입장표명을 자제해왔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이 시장이 사학법 문제에 뭐라 할 입장이 아니다"며 이번 문제에 개입을 꺼려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과연 이번 사안이 박 대표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만한 사안인가"라며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이번 장외투쟁이 자칫 범보수세력의 결집을 통한 '박근혜 세력 재결집'의 계기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 이 시장 측 관계자는 "날치기를 당하기까지 어떤 전략을 세우고 제대로 대처했는지, 최선을 다했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다를 수 있다"며 한나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 대표가 이 시장의 연말 일정 변경을 강력히 요청한 것도 사학법 반대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대중성이 높은 이 시장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 전 총리마저 제치고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쾌속질주를 하는 이 시장의 집회 참석은 그 만큼 상징성이 크기 때문.

    또 사학법 문제로 종교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시장의 합류는 종교계의 반대여론 확산에도 탄력을 줄 수 있다는 것.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종교계의 반대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기독교 신자인 이 시장의 집회 합류는 반대여론 확대에도 큰 탄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서울시 측에서 밝힌 것처럼 "박 대표가 일방적으로 이 시장의 집회참석을 요청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 집회는 한나라당이 총력을 기울이는 행사인 만큼 소속 단체장인 이 시장이 참석을 하지 않을 경우 이 시장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며 "박 대표 측에서 일방적으로 집회참석을 요청한 것이라 볼 수 없고 이 시장 측 정무팀과 일정을 협의·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시청 앞에서 한나라당 주도로 1만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에 소속 단체장이며 관할 시장인 이 시장이 참석하지 않을 경우 정치적 타격이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