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61%, 반대 21%’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사립학교법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이다. 이 결과를 놓고 한나라당 내 일각에서는 “공신력 떨어지는 여론조사”라는 혹평이 나오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큰 힘을 얻었다”며 자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사학법 무효투쟁 및 우리아이지키기 운동본부’ 본부장인 이규택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열린우리당 원혜영 정책위의장이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사학법 개정에 찬성이 61%, 반대가 21%였다’고 발언한 데 대해 “여론조사로 국민을 선동한다”고 맹비난했다.

    이 의원은 “이 여론조사가 공신력 있는 조사인지 의심스럽다”며 “인터넷 접속을 통한 네티즌들의 포털사이트 온라인 조사를 공신력 있는 것이라고 떠드는 여당과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고도의 술책을 부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나치 정권 시대의 괴벨스의 여론 선동 정책과 같다”며 “여론조사로 국민을 선동하는 여당은 머지 않아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공신력이 떨어지기에 믿을 수 없다는 이 의원에 반해 운동본부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이계진 대변인은 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용기를 갖고 투쟁해 나갈 수 있는 당내 분위기를 이끈 원동력'이라고 반기는 분위기였다.

    이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을 통해 “13일 오전까지 시민들의 반응을 보고 어려움을 느꼈지만 작은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사학법 처리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이 어제까지 82%였는데 오늘 아침 엔 찬성 61% 비율로 떨어졌다”며 반색했다. 그는 “네티즌 대상이라는 특수성은 있지만 어쨌든 결과가 이렇다면 우리는 대단히 큰 힘을 얻었다”며 “용기를 갖고 앞으로 투쟁해 나갈 수 있다는 당내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처럼 한 여론조사에 대한 두 의원의 전혀 다른 해석은 사학법 무효투쟁을 대하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끼리의 엇갈린 시선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 사안을 놓고 자기 쪽에 유리하게 해석하는 일은 정치권에서는 다분히 벌어지는 현상이다. 박근혜 대표가 종교계 인사들을 만나 사학법에 대해 논의한 것을 두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모두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현재 사학법 무효투쟁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며 매일 추운 거리로 나서 장외집회를 하고 있다. 더욱이 이런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매서운 날씨만큼이나 싸늘하다. ‘비리사학 척결’이라는 이미지를 열린당이 선점한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사학법 무효투쟁 논리로 국민들을 설득하기는 그만큼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사학법 논리에 대한 확실한 홍보대책도 찾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간단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도 당내에서 상황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다른 논리를 펴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그때그때 임기응변식 대응이 아닌 치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