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강원도 춘천 102보충대대를 방문하고, 대대장을 비롯한 부대원들을 격려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장병들의 봉급을 20만원까지 올리는 등 장병복지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박근혜 대표가 종횡무진으로 활보하고 있는 모습이 자주 언론에 오르내린다.

    요즈음 청계천으로 인기절정에 오른 이명박 서울시장과 지난 10·26보선승리로 역시 인기절정에 오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폭넓은 특강정치나 방문정치가 눈에 띄게 관심을 끌고 있다. 대선을 2년이나 앞두고 있음에도 이렇게 폭 넓은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명박 시장과 박근혜 대표는 아마도 대통령 꿈이 곧 이루어질 것으로 하루가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다. 많은 대선주자들 중에서 특히 넓은 보폭으로 종횡무진 질주하는 이 두 분들의 말 한마디, 행동하나는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9일 장병 위문 차 부대를 방문한 박근혜 대표가 부대 오찬 행사장에서 인사말을 통해 “군 생활이 나중에 좋은 안주감이 된다고 들 한다. 추억이 많은 생활이 되고 어려운 일은 동지의 전우애로 이겨 달라. 보람되고 좋은 추억이 남는 군대생활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간담회에서 동석했던 여군 부사관에게는 군생활의 애로점을 물어보고, 여군 부사관은 박 대표의 질문에 보육문제가 어려움이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이 날 박 대표가 부대장으로부터 장병들의 서명이 담긴 '한반도기'가 그려진 사진을 깜짝 선물로 받은 것으로 언론은 의미심장하게 전하고 있다.

    첫째, 태극기를 제쳐놓고 한반도기를 선물 한 국군부대장의 속마음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반도기가 대한민국 국기로 정식 채택된 것도 아닌데 더욱이 지난 8.15행사에서 태극기는 가져가지 못하게 하고, 한반도기만 들고 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을 상기해볼 때, 도대체 대한민국 국군 부대에서 야당 대표에게 한반도기를 선물 한 것은 어떤 의미가 담긴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선물이야 무엇을 주든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면 더 할 말은 없다. 그러나 태극기를 국가의 상징으로 삼고 있는 국군부대에서 인정되지 않은 한반도기를 선물했다는 사실이 또 다른 의미를 느끼게 한다. 하고많은 선물들 중에서 말 많은 한반도기를 왜 야당 대표에게 선물했을까? - 미완의 숙제로 남겨두고 싶다.

    둘째, 국군부대장으로부터 한반도기를 선물로 받은 박 대표는 한반도기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지에 대한 인식을 지녔으리라고 상정할 수 있다. 박 대표가 국군부대장으로부터 받은 한반도기 선물에 대한 뉘앙스가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했을까? 박 대표는 태극기 아닌 한반도기를 받고서 “아직 이 한반도기는 공식 국기가 아니겠지요?” 라고 한마디쯤 조크성 멘트를 할 법도 했었는데 전혀 노코멘트였다고 한다.

    또한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서 “어떤 국군부대장으로부터 장병들의 서명이 담긴 한반도기를 선물로 받았었는데, 과연 이 시대에 한반도기가 갖는 의미가 다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선물을 받고서, 선물의 뜻은 감사했지만 한반도기의 의미는 나에게 석연치 않은 깊은 사색의 시간을 주었다”라고 한 마디 집고 넘어갔더라면 어떠했을까? 국군부대장이 야당 대표에게 전달한 장병들의 사인이 담긴 한반도기와 한반도기를 선물로 받고도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은 박근혜 대표의 모습에서 이름 모를 야릇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 표현해야 옳을까?<양영태 대령연합회 사무총장·대변인(전 서울대초빙교수.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