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플루언서 영상에 멕시코 남성 눈 찢는 모습 담겨멕시코 누리꾼이 신상 캐내자, 베르날 "사직서 냈다" 공개 사과서경덕 "FIFA가 주의 기울여야" 질타 FIFA 규정엔 경기 끝난 관중 벌할 조항 없어
  • ▲ 멕시코 남성의 인종차별 제스처. ⓒ서경덕 교수 SNS 캡쳐
    ▲ 멕시코 남성의 인종차별 제스처. ⓒ서경덕 교수 SNS 캡쳐
    북중미 월드컵 한국-체코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응원 중인 여성 인플루언서 뒤에 앉아 눈을 찢는 손짓을 한 멕시코 남성이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은 후 협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그를 처벌할 길은 없다. 경기가 끝난 뒤 관전한 사람을 벌할 규정이 없어서다.

    14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에 따르면 지난 11일 한국-체코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이 열린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을 찾은 한국인 여성 인플루언서 윤모 씨는 자신의 SNS에 경기장 내부에서 촬영한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윤씨 뒷좌석에 앉은 멕시코 남성이 두 손으로 자신의 눈을 양옆으로 당기며 동양인을 비하하는 손짓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윤씨는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라는 제목으로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월드컵을 보러 왔는데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취지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이 빠르게 확산하자 누리꾼들이 해당 남성의 신상을 캐내기 시작했고 현지 매체들도 가세하면서 가해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해당 남성은 멕시코 할리스코주 측량·측지기술인회(CITGEJ) 회장인 울리세스 페르난도 베르날 미라몬테스(38) 씨로 확인됐다. 공직자는 아니지만 측량·측지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장이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해당 협회는 지난 13일 "이번 사안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며 "단체의 명예·정의위원회가 소집됐고 베르날 씨는 회장직에서 해임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루 뒤 CITGEJ 이사회는 성명을 통해 "정관과 규정에 따라 내부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파문이 확산하자 베르날 씨는 14일 직접 인스타그램에 사과 영상을 올리며 당일 아침 회장직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외국인이 멕시코를 찾았을 때 집처럼 편안함을 느끼기를 바랐는데, 나는 정반대 행동을 했다"며 "윤씨를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에서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적과 인종을 넘어 지구촌이 하나되는 월드컵 현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제축구연맹(FIFA)은 재발 방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FIFA가 베르날 씨를 처벌할 길은 없다. FIFA 규정은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만 다루기 때문이다.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인종차별이 나오면 심판이 경기를 멈추고, 그래도 계속되면 끝내 경기를 중단시킨다. FIFA 규정에 따르면 관중석에서 벌어진 일은 개인이 아니라 그 팀 협회에 벌금을 물리고 관중석 일부를 닫게 한다. FIFA가 관중에게 직접 쓸 수 있는 카드는 경기장에서 내보내거나 입장을 막는 것뿐인데 영상은 모두가 이미 경기장을 떠난 뒤에 올라갔다.

    정치권도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월드컵 경기장에서 한국인과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이 포착됐다"며 "외교 당국이 당사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대변인은 "월드컵에서 벌어진 인종차별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타인의 인격과 존엄을 훼손하는 폭력"이라며 "외교당국은 한국인에 대한 차별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