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보도 조작으로 수상 … 취소·반납해야"SNS에 비판기사 '박제', 언론 탄압·통제 심해져
  • ▲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신문상을 수상한 한 일간지의 대장동 관련 의혹 보도가 '엄청난 조작'이었다며 수상 취소와 정정 보도를 촉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신문상을 수상한 한 일간지의 대장동 관련 의혹 보도가 '엄청난 조작'이었다며 수상 취소와 정정 보도를 촉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뉴시스
    노나라 왕 정공(定公)이 어느날 공자(孔子)에게 "한마디 말로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왕에게 다른 즐거움이 없고, 오직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말을 거스르지 않는 것을 즐거워 할 때"라고 답했다. 

    왕이 선한 사람이라면 그의 말을 어기는 사람이 없어도 좋으나, 만약 선하지 않다면 그 말 한마디에 나라가 망할 수도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논어 자로(子路) 편에서 공자가 우려했던 상황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선출직 공무원으로 행정부의 수반 자리에 앉아 있으나 사실상 3권(입법·사법·행정)을 모두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재명 대통령. 그가 연일 SNS로 '공개 저격'을 하고 있다. 자신이 추진 중인 정책 등에 '딴지'를 거는 보도가 나오면, 곧장 SNS에 해당 기사를 박제한 뒤 날 선 언어로 반박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최고 권력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소위 '좌표'가 찍힌 언론들 사이에선 '공포의 한숨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아무리 펜이 날카로워도 '생존'을 위협하는 권력 앞에선 무뎌지기 마련. 이 대통령의 SNS 메시지 앞에서, 언론들은 대놓고 반박을 하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통령의 서슬 퍼런 격노에 눈치를 살피는 건 비단 언론뿐 아니다. 지난 2월 이 대통령이 대한상공회의소의 보도자료를 '고의적 가짜뉴스'라고 비난하자, 산업통상자원부가 하루 만에 감사 착수를 발표했다. 일국의 대통령이 특정 단체를 향해 "민주주의의 적" 운운하며 비난을 쏟아내자, 곧장 주무 부처가 감사라는 칼날을 휘두르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 단체의 잘못을 마냥 감싸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사익 도모를 위한 가짜뉴스는 지탄받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SNS 메시지는 옳고 그름을 떠나,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집단을 속박하겠다는 뜻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 같은 대통령의 '의지'는 24일 또 한 번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SNS를 통해 대장동 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언급하며 "한국신문상을 반납하라"고 압박에 나선 것. 

    대통령이 언급한 기사는 2021년 10월 9일 보도된 <김만배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기사였다. 이 대통령은 동아일보가 이 보도로 한국신문협회로부터 한국신문상을 받은 것을 거론하며 "이제라도 수상을 취소 반납하고 사과 및 보도 정정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이 대통령은 "(동아일보가) 대장동 녹취록에 있지도 않은 '그 분' 이재명을 창조해 보도함으로써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를 낙선시키고 대한민국 역사를 바꾸었다"며 "이로 인해 나라는 후퇴하고 국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그 후과는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보도된 대장동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면 '그분'이 이 대통령과 동일인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이에 이 대통령이 강력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설령 인용한 발언과 기사 일부에 흠이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나서서 발끈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법적 제도를 통해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음에도 최고 권력자가 공개 저격과 책임 추궁으로 국민과 언론을 몰아세우는 상황은, 그 또한 자연인이기에 자신의 억울함을 풀고 싶다는 안타까움을 이해하더라도, 또 다른 집단에선 '독단'과 '독재'의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아직도 이 사건의 피의자 신분이다. 이 대통령이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재판이 속개되지 않고 있을 뿐 아직 이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자랑했던 대장동 사업을 면밀히 들여다본 법원은 이 사건을 청렴과는 거리가 먼 '부패범죄' 사건으로 간주했다. 소위 '정영학 녹취록'에 대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고,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도 징역 5년의 철퇴를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성남시 수뇌부가 이들 민간업자들이 사업 시행자로 선정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협의한 정황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 판단이 유효하다면 당시 최종 인허가권자였던 이재명 성남시장도 선과 악을 가늠하는 위치에 있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중론이다. 그렇기에 이 사건을 파헤친 보도를 '조작'으로 낙인찍는 것이 적합하느냐는 지적 또한 무리하지 않다.

    대통령이 SNS로 '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이, 민주당 의원 105명(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의원 모임)은 대통령이 연루된 5건의 재판을 정지시키기 위한 초유의 헌정 파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도자가 자신의 말을 따르는 것에 갇혀 있을 때 그 팀은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언론은 권력을 견제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 보루가 무너지면 감언(甘言)과 간신(奸臣)이 판을 치는 '십상시 시대'로 전락하는 것이다.

    주변의 간언(諫言)을 멀리하고 감언만 찾는다면, 한생(韓生)의 말을 듣지 않아 관중 땅을 유방(劉邦)에게 빼앗기고 결국 해하(垓下)에서 목숨을 잃은 항우(項羽)의 신세가 될 수 있다.

    치세(治世)의 비결은 멀리 있지 않다. 효과가 좋은 약이 입에도 쓴 법. 감언을 멀리하고 자신을 비판하는 간언을 가까이 해야, 지도자도 살고 나라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