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휴머노이드 기술 배경…SF 연극 '뼈의 기록'·'모어 라이프'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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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뼈의 기록' 공연 사진.ⓒ예술의전당·할리퀸크리에이션즈
올해 상반기 공연계의 화두는 단연 'SF(공연예술과 과학기술의 만남)'다.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기술이 일상이 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의 경계와 삶의 의미를 묻는 두 편의 화제작이 관객을 찾는다. 연극 '뼈의 기록'과 '모어 라이프(More Life)가 그 주인공이다.◇ 안드로이드 장의사가 건네는 고요한 위로, '뼈의 기록'예술의전당과 할리퀸크리에이션즈가 공동 기획한 연극 '뼈의 기록'이 오는 5월 10일까지 자유소극장에서 초연된다. 천선란 작가의 '로봇 3부작(천 개의 파랑, 랑과 나의 사막)' 완결판으로, 죽음의 현장에서 거꾸로 삶의 가치를 읽어내는 안드로이드의 시선을 담았다.작품은 인류의 행성 이주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미래, 지하 영안실에서 시신을 염하는 안드로이드 장의사 '로비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다양한 인간들의 마지막 순간을 배웅하며 망자의 뼈에 남은 흔적과 상처를 통해 그들이 살아온 고유한 기록을 복원해낸다.매체와 무대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강기둥·장석환·이현우가 각기 다른 결의 '로비스'를 선보인다. 같은 인물이지만 전혀 다른 감각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이번 공연의 관람 포인트다. 로비스에게 인간 삶의 온기를 전하는 '모미'와 영안실을 찾는 다양한 인물들은 정운선·강해진이 연기한다.특히, 로비스와 모미가 직접 수어로 대화하는 장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리 없는 대화가 주는 긴장과 몰입은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배우들은 연습 초반부터 김홍남 수어 통역사의 지도를 받아 심도 있게 준비했다. 천선란 작가는 이 장면을 "가장 소란한 고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지하 영안실을 형상화한 길고 낮은 박스 형태의 무대는 데이터 박스이자 관(棺)을 연상시키며 시각적 강렬함을 선사한다. 연출을 맡은 장한새는 "이 작품에서 중요한 정서는 '적막함'이라고 생각했다"며 "영안실이라는 공간이 지닌 차가움과 고요함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자유소극장의 구조를 적극 활용했다"고 밝혔다. -
- ▲ 연극 '모어 라이프' 홍보 사진 및 포스터.ⓒ두산아트센터
◇ 죽음을 정복한 인류, 우리는 여전히 '인간'인가?두산아트센터는 올해 '두산인문극장 2026: 신분류학'의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연극 '모어 라이프(More Life)'를 오는 29일부터 5월 17일까지 Space111에서 초연한다.2026년 사고로 사망한 여성 브리짓은 뇌가 보존돼 50년 후인 2074년, 인공 신체를 가진 채 다시 깨어난다. 먹지도 자지도 않는 기계 몸속에서 그녀는 여전히 쇠락하는 인간의 감각과 기억을 품고 혼란에 빠진다. 의식만 남아 있다면, 타인의 몸으로 부활한 존재를 여전히 '브리짓'이라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이번 한국 초연의 연출은 '젤리피쉬'로 2025년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한 민새롬이 나선다. 민새롬 연출가는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근미래에 인간의 의식과 몸을 분리할 수 있다면, 과연 인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얘기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이어 "흥미로운 지점은 단순히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서사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의 의식과 몸, 자아의 동일성에 대해 밀도 있게 탐구할 예정이다. 삶의 연장 앞에서 인간이 마주하게 될 윤리적 딜레마를 관객과 들여다보고 싶다"고 전했다.'모어 라이프'는 관객의 관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 음성소개, 대사 및 소리정보 등을 담은 한글자막해설을 매 회차 공연에 제공한다. 5월 3일에는 정재승 KAIST(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