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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영 의원 사무실 앞에 놓인 근조화환ⓒ뉴데일리DB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들을 '마귀'로 비유하며 부동산시장을 겨냥해 연일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정책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집값 불안의 주범으로 다주택자를 싸잡아 악마화하는 게 과연 시장경제 원리에 맞나, 의구심이 든다.
주택을 여럿 보유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다. 다만 이 경우 '투자'인지 '투기'인지 구분 짓기 애매하다. 한 음절 차이 밖에 나지 않지만 두 단어가 가진 뜻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투자'는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것이라면 '투기'는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 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나서서 주식을 사라고 한 것은 '투자'이고 주식 대신 부동산(주택)을 선택한 국민은 '투기'를 한 것일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주택을 매입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임대 수익을 위한 '생활형 소득'을 위해서다. 이는 집값이 오르내리는 데 상관없이 하나의 경제 활동으로 봐야 한다. 대통령이 '마귀'라고 귀결한 다주택자 또한 분명 전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정부 정책으로 '집값이 반드시 떨어질 것'이라는 신호를 주면 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은 집을 사라고 사라고 등을 떠 밀어도 꿈쩍도 하지 않을 테고 집주인들은 눈치껏 매물을 쏟아낼 게 뻔하다. 시장은 언제나 정책 신호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신호를 보내는 대신 국민들에게 '마귀'라는 낙인을 씌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정책 능력 부족을 언어의 강도로 덮으려는 모습에 가깝다. 대중 매체와 시장 안팎에서 공통적으로 "표현은 과도한 반면 정책의 방향과 내용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이런 접근의 이면에는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오만이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반복된 실패 역시 이 같은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아이러니한 것은 대통령이 다주택자와 집 없는 서민을 대비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정책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이들은 다름 아닌 임차인과 세입자다. 징벌적 세금과 규제가 쌓일수록 임대료는 오르고 시장은 경직된다. 정부가 보호하겠다고 내세운 '서민'이 정책의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다주택자에게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는 정책이 한때 대안으로 거론됐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대사업자는 주거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한 사회적 효능을 가진다. 이를 무조건 투기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정책 선택지를 스스로 걷어차는 일이다.
역대 부동산 정책이 실패를 반복한 이유는 단순하다.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오만이 반복적인 정책 실패를 낳아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탕·삼탕을 거듭한 공급 대책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문제는 다주택자 그 자체가 아니라 정책의 신뢰가 붕괴됐다는 점이다. 징벌적 세금은 그 오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시장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와 유도의 대상이다.
'마귀론'을 펼치기 전에 돌아봐야 할 것은 다주택자가 아니다. 재탕, 삼탕을 거듭한 엉터리 공급 대책을 입안하고도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 정책 결정 구조다. 시장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기 전에 정부 스스로 정책 능력과 신뢰부터 점검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마귀'라는 말은 결국 정부 자신의 얼굴에 튄 침으로 돌아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