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정치인 체포 보고받고도 국회 미보고"조 전 원장 측 "내란 실행 모의했다는 특검 주장은 상상"
  • ▲ 국정원법 위반, 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국정원법 위반, 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국회에 보고하지 않는 등 국가정보원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별도의 보고 의무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4일 국가정보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위반 및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조 전 원장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조 전 원장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 등을 보고받고도 국회 보고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이어 홍 전 차장의 비화폰 통화 내역이 중요한 증거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삭제하도록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공모했다고 지적했다.

    조 전 원장 측 변호인은 "특검은 조 전 원장이 내란을 공모하고 실행계획까지 상세히 모의했다고 상상하는 것 같다"면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를) 안 한 것만 보더라도 실행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게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계엄 선포 후 계엄군의 정치인 체포 시도를 알리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는 "국정원법 15조는 원장은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대통령 및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당시 국회는 자체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조 전 원장의 보고 여부가 실제 기능 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형법상 직무유기를 구성하려면 보고 의무가 발동되는 상황이 객관적으로 특정되고 피고인이 이를 명백히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했어야 한다"며 "비상계엄 선포는 돌발적으로 일어났고 정치인 체포 발언 역시 출처가 불명확한 발언으로 인식돼 곧바로 국회 정보위에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조 전 원장은 2024년 12월 3일 오후 9시께 대통령실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아 국정원장의 보고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국회에 국정원 폐쇄회로(CC)TV 자료를 선별적으로 제출함으로써 정치에 관여해 국정원법을 위반한 혐의도 적용됐다.

    아울러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지시나 문건 등을 받은 바 없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와 윤 전 대통령·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이에 특검팀은 조 전 원장에게 비상계엄 당시 국정원장의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했다.

    조 전 원장 측은 두 차례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당시 보고 누락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서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신원석 전 국가안보실장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증인으로 불러 비화폰 사용 및 계엄 관련 정황을 확인할 방침이다. 내달 9일에는 박 전 처장과 정인규 전 국정원장 보좌관을 증인으로 불러 증거인멸 공모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3월 말에서 4월 초 변론 종결을 목표로 증인신문을 진행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