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역사> 앤드루 페테그리 신작'사상 전쟁의 무기'로서의 책문자문화의 심층을 비추는 현대 인문학의 역작
  • ▲  표지.ⓒ아르테
    ▲ <전쟁과 책> 표지.ⓒ아르테
    <전쟁과 책 - 전시의 출판과 독서의 문화사>

    이 책(원제: 'The Book at War')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책이 어떻게 존재하고,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탐구한 작품이다. 저자 앤드루 페테그리는 런던 임페리얼전쟁박물관을 방문하면서 이 주제를 구상했다.

    많은 사람들은 전쟁과 책을 떠올리면 도서관의 파괴나 약탈, 혹은 제한된 독서를 먼저 생각하지만, 페테그리는 책이 단순히 피해자이자 기록물에 그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책은 전쟁터에서 전략적 수단이자 사상을 전파하는 도구로 활용되었으며, 동시에 폭격과 공포 속에서도 인간에게 잠시나마 위안과 일상의 단편을 제공했다.

    책은 전쟁의 여러 얼굴을 지녔다. 정보와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는 수단이자 군수품의 일부였으며, 전시 시민들에게는 정신적 버팀목이 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냉전과 국제적 갈등 속에서 또 다른 역할을 맡았다. 이처럼 책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에 따라 그 의미가 변모하는 ‘활동적인 존재’였다.

    흥미로운 사례도 많다. 시골 출신의 베이징대학 도서관 보조사는 상급 지식인에게 무시당한 경험을 계기로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과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독파하며 스스로 지적 역량을 키웠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나중에 문화혁명 시기 지식인 탄압을 이끈 마오쩌둥이다. 개인적 경험이 국가적 사건과 맞물려 ‘나비효과’를 만든 사례로 읽히는 대목이다.

    전쟁터와 포로 수용소에서도 책은 중요한 동반자였다.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서, 사람들은 한 장이라도 더 읽으며 현실을 잠시 잊고 내면의 평온을 얻었다. 저자 페테그리는 이를 두고 “책은 전쟁 속에서도 삶의 조각과 희망을 전하는 매개체”라고 표현한다.

    옮긴이 배동근 역시 책이 가진 이중적 성격을 강조한다. 책은 때로 극단적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지만, 동시에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에게 옛 일상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현재의 막막함을 잠시나마 위로하는 힘을 지녔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책이 보여준 이러한 다양한 기능과 역할이 바로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지은이 앤드루 페테그리 / 옮긴이 배동근 / 출판사 아르테 / 704쪽 / 4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