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박근형 후원, 청년 예술인 육성 플랫폼 '프로젝트 3일'과 협업오는 12~14일 2박3일 연극캠프…워크숍·배우 훈련·공연 등 단계별 통합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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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9일 진행된 '연극내일 프로젝트' 2차 대면심의.ⓒ한국문화예술위원회
12월 30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 3층 다목적홀. 나란히 앉은 연출과 프로듀서 앞에 42명의 청년 배우들이 서있다. 이들은 '연극내일 프로젝트' 2차 오디션 참가자들. 이날 오디션은 연기에 대한 배우들의 열정이 얼마나 놀랍고 뜨거운지 그대로 보여주는 자리였다."텍스트·움직임·연극을 아우르는 창작자로 성장하기 위해 체계적인 훈련과 현장 경험을 통해 꿈을 구체화하고자", "사랑과 연대의 이야기를 대중과 나누는 배우로 성장하고, 협업과 소통의 과정을 통해 더 자유로운 연기를 배우고자", "익숙해진 연기 습관을 깨고 기본부터 다시 점검하며 낯선 환경과 동료 속에서 연기의 방향을 재정립하고자" 등 지원동기도 다양하다.특히, 연극 '렛미인' 초·재연에서 남자 주인공 '오스카' 역으로 활약한 안승균 배우가 눈에 띄었다. 그는 "배우 활동을 하며 더 성장하기 위해 트레이닝이 필요함을 느꼈다. 이번 '연극내일 프로젝트'를 계기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2025년 12월 18~23일 만 24세 이상 39세 이하의 청년·신진 연극배우를 대상으로 '연극내일 프로젝트' 참여자를 모집했다. 신청서를 낸 지원자는 무려 1000여 명. 서류 심사를 거쳐 70명을 선발해 29~30일 2차 오디션을 가졌다.예술위는 원로배우 신구·박근형의 기부로 조성된 '연극내일기금'을 바탕으로 '연극내일 프로젝트'를 지난달 출범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신진 예술인 육성 플랫폼 '프로젝트 3일'의 강훈구·김정·오세혁·김남언·류사라·변은서·이다은·이형우 등 연출가·작가·프로듀서들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
- ▲ 지난달 29일 진행된 '연극내일 프로젝트' 2차 대면심의.ⓒ한국문화예술위원회
대면 오디션은 △1부 움직임(김정) △2부 대사(강훈구) △3부 즉흥연기(오세혁) 순으로 이뤄졌으며, 협력연출은 김남언·류사라·이민구가 맡았다. 이들은 빽빽하게 이어간 오디션 일정 중에서도 모든 참가자들을 따뜻하고 섬세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여타 오디션과 다른 점은 평가의 초점이 연기에만 집중돼 있지 않다는 것."첫 발을 자신있게 내딛으세요", "내가 어떻게 걷고 있는지 인지하세요", "어깨를 세우고 시선을 떨어뜨리지 않을게요", "털레털레 걷지 마세요", "덩치가 큰 사람은 상체를 더 젖히세요", "보폭을 유지하세요. 보폭이 커지면 관객은 배우가 급해 보이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요", "모든 동작은 매일 똑같이 디자인돼야 합니다"….소리내지 않아도 몸이 먼저 말할 때가 있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어깨가 쳐지고, 즐거울 때는 말하지 않아도 표정에서 티가 난다. 배우에게 몸은 또 하나의 언어다. 특히, 무대 연기는 몸의 방향과 속도, 리듬을 의식적으로 조절해 감정을 전달하기도 한다.40분간 진행된 1부에서는 연극 '처의 감각', '손님들', '인간이든 신이든', '태양', '이 불안한 집', '연안지대', '킬링시저' 등을 통해 배우들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원초적인 에너지를 보여준 김정 연출 특유의 색깔이 잘 드러났다. 그는 부딪히지 않고 걷기, 제자리에서 돌기, 춤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배우에게 필요한 신체적 감각을 훈련시켰다.제련된 신체와 발성은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 기본 그릇이 되어준다. 대사 전달력을 평가하는 2부에서는 2명씩 짝을 지어 '폰팔이', '클뤼타임 네스트라', '원칙', '무화과' 등 강훈구 연출이 참여한 작품 속 한 장면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치러졌으며, 대본과 각자의 역할은 즉석에서 지정됐다. 강훈구 연출은 "대본 분석 능력을 판단하는 시간이 아니다. 대사를 한 글자 한 글자 힘있게 해달라"고 전했다.그러면서 "한 문장이 끝나야 의미를 알 수 있다. '나를 사랑해', '나도 사랑해'는 다른 의미다. 문장을 끝까지 강조점을 많이 넣으면 피곤하다. 한 문장을 한 호흡으로 읽고, 어미를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 지문을 지켜달라. 운다고 적혀 있으면 울어야 한다. 상대 배우와의 약속이다. 울어야 상대 배우가 다음 대사를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다 들릴 수 있게 말하고, 정확하게 읽어주세요" 등을 주문했다. -
- ▲ 지난달 30일 진행된 '연극내일 프로젝트' 2차 대면심의.ⓒ한국문화예술위원회
마지막으로 즉흥연기 시간. 원형으로 모여 앉은 배우들에게 오세혁 연출은 팀플레이를 강조하며 "처음 등장하는 배우는 어떻게 극적인 설정을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나와야 한다. 일방적인 연기를 하지 마라. 나를 위한 연극이 아니라 남을 위한 연극을 해야 한다. 상대방에 맞춰 액션과 리액션을 확실하게 해주고, 서로의 정체를 규정해 연기하면 편하다"고 설명했다.즉흥연기는 10~12명의 네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으며, 1분마다 1명씩 차례로 나와 연기를 이어갔다. 소품으로 양동이와 밧줄이 주어졌다. 기린 등 동물로 변하거나 화장실에 휴지가 없어 당황하는 모습, 정신병동을 탈출한 여성, 상대의 약을 올리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자신만의 창의적인 연기를 선보여 심사위원들을 미소 짓게 했다. 현장 전체를 돌아다니며 처음 보는 배우들끼리 놀라운 호흡을 보여준 그룹도 있었다.오세혁 연출은 모든 심의를 마치고 "70명이 모두 출연하는 연극을 만들고 싶을 정도로 즐거운 고통이었다"며 "이틀 동안 반나절을 함께 보내면서 30명을 선정하는 과정이 너무 싫었고,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이기도 했다. 70명의 얼굴을 다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언젠가 한 번은 만나서 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신구·박근형이 출연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제작사 박정미 파크컴퍼니 대표는 "오디션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에너지를 받았다. 무대를 향한 이들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제작자로서 다시 한 번 연극을 하는 이유를 떠올리게 됐다"며 남다른 소회를 드러냈다.한편, 2026년 '연극내일 프로젝트' 사업에 최종 30명이 이름을 올렸다. 프로그램은 워크숍, 배우훈련, 마스터클래스, 작품 발표로 이어지는 단계별 통합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 2박 3일 합숙형 연극캠프를 겸한 오리엔테이션 방식을 도입해 창작 환경과 제작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현장 중심의 실전 훈련을 제공한다. 프로젝트의 결과는 오는 4월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열리는 쇼케이스 공연으로 공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