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정기공연 발표…쥘 마스네 '베르테르'로 포문바그너 4부작 중 '라인의 황금' 무대…2028년까지 전편 공연
  • ▲ 독일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 '니벨룽의 반지' 중 '라인의 황금' 공연.ⓒ대구오페라하우스
    ▲ 독일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 '니벨룽의 반지' 중 '라인의 황금' 공연.ⓒ대구오페라하우스
    국립오페라단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힘을 파도에 빗대어 2026년 정기공연의 키워드를 'WAVES(파도)'로 정하고 네 편의 오페라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지난해부터 '탄호이저',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 바그너 작품을 연달아 공연한 국립오페라단은 내년부터 2028년까지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링 시리즈'를 무대에 올린다. 벤저민 브리튼의 대표작인 '피터 그라임스'도 내년 6월 한국 초연된다.

    먼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쥘 마스네의 '베르테르'가 4월 23~26일 공연된다. 원작은 괴테의 젊은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로 작품 속 노란 조끼를 입었던 베르테르의 패션이 유행했으며, '베르테르 효과'라는 사회적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마농', '돈키호테' 등을 작곡한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의 '베르테르'는 베르테르가 사랑하는 샤를로테를 메조소프라노가 연주하게 함으로써 베르테르의 사랑에 응답하지 못하는 인물의 심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지휘자 홍석원이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영화감독 박종원이 연출을 맡아 오페라 연출가로 데뷔한다.

    2024년 국립오페라단이 국내 초연을 올렸던 '한여름 밤의 꿈'에 이어 브리튼의 '피터 그라임스'를 6월 18~21일 처음 관객과 만난다. 작품은 사회적 편견과 고립, 집단의 폭력성 등을 탐구해 해외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20세기 최고의 오페라 중 하나로 평가받아 왔다.

    포디움에는 영국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알렉산더 조엘이 선다. 그는 "악보 속 다채로운 뉘앙스를 들려주는 지휘"로 찬사를 받아온 음악가로, 작품에 담긴 복합적이고도 모순적인 정서를 견고하게 이끌 예정이다. 연출에는 2024년 '죽음의 도시'에서 회색 도시 속 따스함을 포착해 주목받은 줄리앙 샤바가 다시 참여한다.
  • ▲ 국립오페라단 2026년 정기공연 포스터.ⓒ국립오페라단
    ▲ 국립오페라단 2026년 정기공연 포스터.ⓒ국립오페라단
    이어 '라인의 황금'을 10월 29일~11월 1일 공연하며 '링 시리즈'의 서막이 오른다. '링 시리즈'는 절대 반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오페라 4부작이다. 바그너가 북유럽과 게르만 신화 등을 바탕으로 26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이다. 총 연주시간은 약 16시간으로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으로 구성된다.

    2026년은 바그너 '링 시리즈' 4부작 전편이 1876년 바이로이트에서 초연된 지 15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죽음의 도시'에서 강렬한 지휘로 깊은 인상을 남긴 로타 쾨닉스가 포디움에 선다. 2025년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에서 유쾌함과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동시에 담아냈던 연출가 로렌조 피오로니도 합류한다.

    한 여인을 두고 부자간에 벌어지는 비극적 경쟁을 다룬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스'가 12월 3~6일 펼쳐진다. 웅장한 합창과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인 아리아가 더해져 베르디의 작품 중 가장 드라마틱한 오페라로 손꼽힌다. 이번 무대는 베르디의 의도를 충실하게 담아내기 위해 오리지널이라고 볼 수 있는 프랑스어 버전으로 준비했다.

    푸치니와 베르디 오페라 지휘에서 활약해 국제적 명성을 얻은 발레리오 갈리가 오페라극장을 찾는다. 2022년 베르디의 '아틸라'로 국립오페라단과 첫 연을 맺은 그는 베르디 특유의 에너지를 웅장하게 풀어내며 현대적 감각과 고전적 해석을 조화시키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연출에는 80대 거장 야니스 코코스가 나선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오페라 작품들로 엄선했다"며 "내년부터는 바그너의 '링 시리즈'를 소개할 예정으로 국립오페라단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공연을 제작할 수 있도록 관객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높아진 관객 수준을 충족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극장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국립오페라단의 행보는 계속된다. 국내 최초 오페라 공연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에서 2026년 정기공연 모든 작품을 스트리밍하고 추후 VOD로 제작해 감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