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유 시장에 번지는 '저유가 경고음'OPEC 증산 고수, 가격 하방 압력 가중우크라이나 평화 회담 진전…러시아산 원유 물량 쏟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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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의 원유 수송선.ⓒ연합뉴스
공급은 넘치고 수요는 막혔다.국제유가가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6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급격한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 글로벌 원유 가격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내려앉았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55달러 선까지 밀리며 2021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팬데믹 이후 서서히 이뤄진 에너지 가격 회복 흐름이 사실상 꺾였다는 평가다.16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2.73% 급락한 배럴당 55.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월물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를 하루 만에 경신한 것이다. WTI는 장중 한 때 배럴당 55달러 선을 소폭 밑돌기도 했다.이날 브렌트유도 2.66% 급락한 배럴당 58.95달러를 나타냈다. 브렌트유 가격 역시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이날 유가 급락은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심을 키운다.우선,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원유 수요는 기대만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긴축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 역시 부동산 침체와 소비 둔화가 이어지며 에너지 수요가 제한적인 흐름이다.반면 공급 측에서는 증산 흐름이 계속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이날 유가 하락은 일단 공급 과잉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유지 기조가 핵심 배경으로 지목된다.시장에서는 감산을 통한 가격 방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주요 산유국들은 점유율 유지를 이유로 증산 기조를 쉽게 접지 못하고 있다.지정학적 변수도 유가 급락을 부채질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평화 협상 진전 기대가 커지면서, 제재 완화 시 러시아산 원유가 국제 시장에 대규모로 재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가격에 선반영되고 있다.이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변수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심리를 빠르게 냉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골드만삭스는 공급 과잉 등으로 내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OPEC이 증산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유가가 30~40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저유가의 배경은 글로벌 수요 둔화라는 점에서, 이는 동시에 경기 하강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한국 경제에는 보다 복합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정유·석유화학 업종의 수익성 압박과 더불어 글로벌 경기 둔화가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