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S, 데이터센터 부채를 운영비로…SPV·리스 구조 확산'네오클라우드' 활용, 신생 인프라 업체로 위험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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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AI) 관련 일러스트. 출처=챗GPT 생성 이미지ⓒ챗GPT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자금 조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금융·회계 기법을 총동원하고 있다.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부채를 장부 밖으로 밀어내거나, 장기 자본투자를 일상적 운영비로 전환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1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주요 빅테크들이 이른바 '데이터센터 파이낸싱' 기법을 활용해 AI 투자 리스크를 외부로 분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겉으로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는 전략이다.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것은 메타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방식이다.메타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면서, 이 시설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자금을 조달했다. SPV가 채권을 발행해 건설 자금을 마련하고 메타는 완공된 데이터센터를 장기 임대하는 구조다.이 방식의 핵심은 회계 처리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입된 수조 원의 자금은 메타의 재무제표상 부채로 잡히지 않고, 임대료 형태의 운영비로 인식된다.기업 가치 평가와 신용등급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AI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자금 조달 과정 역시 외부 전문 금융사에 맡긴다. 메타는 채권 발행과 유통을 자산운용사에 위탁하고, 그 대가로 일정 프리미엄을 지급한다. 채권은 보험사,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들에게 분산 판매된다.잭스인베스트먼트의 주식 애널리스트 앤드루 로코는 "빅테크의 전략을 요약하면 '자기 돈 투입은 최소화하고, 남의 돈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라며 "자본집약적 AI 경쟁에서 재무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이 같은 구조는 AI 수요가 둔화하거나 사업 환경이 악화할 경우, 빅테크가 비교적 손쉽게 투자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특정 시점 이후에는 임대 계약을 종료하고, SPV나 금융사가 새로운 운영 주체를 찾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빅테크들이 적극 활용하는 또 다른 방식은 '네오클라우드'로 불리는 신생 데이터센터 업체와의 계약이다.직접 설비를 짓는 대신, 이들 업체가 구축한 AI 연산 인프라를 장기 계약으로 임대해 사용하는 방식이다.이 경우도 비용은 대규모 자본지출이 아니라 운영비로 처리된다.MS는 최근 수백억 달러 규모의 네오클라우드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AI 연산 능력을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다만 이러한 구조의 이면에는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은 대규모 차입을 통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는 고금리 부채에 크게 의존한다.대표적인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 역시 주요 고객으로 빅테크를 확보했지만,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빅테크의 이 같은 자금 조달 방식은 AI 투자 과열 논쟁과도 맞물린다.일부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직접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AI 투자의 실질적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외부 자금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금융시장 전반의 신용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반면 빅테크는 이미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갖춘 기업들이며, AI 인프라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장기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투자라는 의견도 상존한다.닷컴 버블 당시와 달리, 수익 기반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무리라는 평가다.결국 관건은 AI 수요의 지속성과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수익성이다.빅테크들이 선택한 재무 기술이 위기 관리 수단으로 작동할지,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돌아올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