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 연안서 원유실은 유조선 억류 … 양국 긴장 심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대형 유조선을 억류했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베네수엘라 사이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CBS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경제 관련 행사에서 "우리는 방금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유조선 한 척을 억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유조선의 소유주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매우 타당한 이유로 억류했다"고만 언급했으며 이 유조선에 실린 원유에 대해서는 "우리가 가질 것 같다"고 말했다.

팸 본디 미국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에 "오늘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 해안경비대는 전쟁부(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베네수엘라와 이란으로부터 제재 대상 원유를 수송했던 원유 유조선에 대해 압수 영장을 집행했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이 유조선은 수년간 외국 테러 조직을 지원하는 불법 석유 운송 네트워크에 연루돼 미국의 제재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본디 장관은 나포 작전 장면을 담은 동영상도 게시했다. 영상에는 헬기를 타고 유조선에 내린 무장 요원들이 총을 들고 선박을 장악하는 장면이 담겼다.

CBS는 카리브해에 주둔한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호에서 시작된 이번 작전에 헬기 2대, 특수작전 부대, 해안경비대 10명, 해병대 10명 등이 투입됐다고 전했다.

이 유조선은 건조된 지 20년 된 '스키퍼(The Skipper)'라고 CBS는 덧붙였다. 스키퍼호는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때인 2022년 이란 및 헤즈볼라와의 연관성 때문에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됐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갖고 있는 나라로 하루에 약 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는 미국의 제재로 글로벌 석유 시장에 참여할 수 없어 생산량의 대부분을 대폭 할인한 가격에 중국 정유사들에 판매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 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해다. 이에 따라 양국간 무력 충돌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이날 유조선 나포가 이뤄져 긴장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베네수엘라 정부는 "노골적 강탈이자 국제법상 해적 행위"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유조선 억류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반 힐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유조선 억류는 "베네수엘라 에너지 자원을 의도적으로 빼앗으려는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며 국제기구에 이 범죄를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