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보유 부동산 관리 DB 구축…투기·안보우려 대응느슨했던 日, 규제 정책으로 돌아서나
  •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AFPⓒ연합뉴스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AF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 실태를 국가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추진하는 동시에 부동산 취득 시 국적 제출 의무를 확대한다. 중국인 등 외국인의 토지 매입이 늘어나자 일본 당국이 특별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큰 제약 없이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허용해 온 일본이 이 같은 변화를 보이면서 규제에 방점이 찍힌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부처 협의를 거쳐 2027 회계연도 중 부동산 등기부에 흩어져 있는 토지·건물 정보를 통합 관리 DB에 넣어 관리하는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외국인 소유 부동산을 전국 단위로 한 번에 파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요미우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달 4일 관계 각료들에게 외국인의 토지 취득 방식과 실태 파악, 규제의 필요성을 포함한 검토를 지시했다"며 "이후 내각관방, 법무성, 국토교통성, 디지털청 등 관련 부처가 협의에 착수해 2027년 운용 개시를 목표로 잡고 있다"고 전했다.

    새 DB에 등록되는 대상은 맨션 등 일반 부동산 등기뿐 아니라 산림, 농지, 국토이용계획법상 대규모 토지 거래, 국경에 가까운 도서, 자위대·미군기지 등 방위 관련 시설 주변 토지까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또 국내 법인을 앞세운 외국 자본의 우회 취득도 규제망 안에 넣겠다는 방침이다.

    산림이나 대규모·중요 토지 거래의 경우 토지를 취득하는 법인의 주요 주주와 임원의 국적 신고를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일본 내 부동산 취득에 대해서도 현재는 외환법상 투자 목적 등 일부 경우에만 사전 신고·사후 보고 의무가 부과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 신고 대상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부동산 정책에 이례적으로 관심을 쏟는 배경에는 국내 여론이 자리하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해석했다.

    요미우리는 "외국인 투기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외국인 부동산 취득 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나라로 꼽힌다.

    거주 자격이나 비자와 무관하게 외국인도 일본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토지와 건물을 취득·보유할 수 있다.

    느슨한 규제에 엔저 현상까지 겹쳐 외국인 부동산 취득은 늘고 있는 추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외국인의 일본 농지 취득은 2023년 90.6㏊(0.906㎢)에서 2024년 175.3㏊(1.753㎢)로 늘었고, 이 중 중국인이 관여한 거래는 102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적 신고 의무도 농지에만 해당될 뿐 맨션 등 일반 부동산 등기에는 선택 사항이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가 캐나다, 독일, 한국, 대만 등이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임대를 규제하는 움직임을 들여다봤다"고 전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 8월부터 수도권에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해 외국인이 이 구역의 주택을 사들이려면 허가를 받고 일정 기간 실거주 의무를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