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층 고층 아파트 단지 7개동에 불…27시간만에 불길 잡혀실종자 많아 희생자 더 늘어날 가능성공사 관계자 3명 체포…당국, 홍콩 전역 대보수공사 아파트 점검
  • ▲ 26일(현지시각)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웡 푹 코트' 화재 현장. 출처=AFPⓒ연합뉴스
    ▲ 26일(현지시각)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웡 푹 코트' 화재 현장. 출처=AFPⓒ연합뉴스
    홍콩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각) 발생한 고층 아파트단지 화재 참사로 최소 75명이 숨지고 76명이 다쳤다. 실종자와 중상자가 많아 인명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는 27일 로이터 통신과 AFP 통신 등을 인용해 홍콩 당국이 건물 보수 공사 책임자 3명을 체포하고 홍콩 전역에서 대규모 보수공사 중인 아파트의 안전상태 점검에 나섰다고 전했다.

    전날 오후 2시 51분경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2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 '웡 푹 코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모두 8개 동인 아파트 단지 가운데 7개 동에 불이 났다. 4개 동에서는 약 10시간 만에 불길이 대부분 잡혔으나 나머지 3개 동에 난 불은 24시간 이상 지난 이날 저녁에야 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화재 발생 약 27시간 만인 이날 오후 6시경 언론 브리핑에서 "불이 난 7개동 건물의 불길이 전부 통제됐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는 최소 135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켜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악의 화재로 기록될 전망이다.

    1948년 176명의 사망자를 낸 홍콩 창고 화재 이후 77년 만에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참사이기도 하다.

    홍콩 소방당국인 소방처는 이날 오후 10시 40분 기준, 사망자가 75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소방관 1명과 인도네시아인 가사도우미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가 많고 부상자 중 중상이 적지 않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상자는 소방관 11명을 포함해 모두 7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웡 푹 코트는 1983년 입주를 시작한 노후 공공 아파트단지로 2000가구, 4800명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아파트 보수 공사로 설치된 가설물이 참사의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7월부터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던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공사용 안전망으로 불이 번지면서 대형 불기둥이 치솟았다.

    통상적으로 비계는 금속을 사용하지만, 홍콩에서는 아직도 대나무 비계를 쓴다. 앞서 홍콩 당국은 화재에 취약한 대나무 비계를 단계적으로 퇴출한다고 지난 3월 밝혔다.

    홍콩 경찰은 불에 타지 않은 아파트 외벽 쪽에서 인화성이 강한 스티로폼 판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아파트 보수공사를 맡은 업체 책임자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홍콩정부는 이번 화재 피해가정에 각각 1만 홍콩달러(약 188만원)의 긴급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 본토 기업들도 피해 주민 지원과 복구를 위한 기부에 나섰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재단은 6000만 홍콩달러(약 113억원)를 참사 피해 주민과 소방관 지원을 위해 기부했다.

    스포츠웨어 기업 안타그룹은 3000만 홍콩달러(약 56억원) 상당의 현금과 장비를 기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