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시총 7천억弗 증발…AI 절대 강자 '휘청'메타, 알파벳 TPU 전격 도입빅테크들, 칩 독립 선언 본격화…"알파벳, 일부 벤치마크서 엔비디아 앞서"엔비디아 독주 끝물?…다극 구조로 재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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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로고. 출처=로이터ⓒ연합뉴스
"엔비디아의 시대는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엔비디아만의 시대는 끝났다."엔비디아의 '5조 달러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내놓은 자체 인공지능(AI) 전용 칩. 이른바 '텐서 처리 유닛(TPU)'이 자리하고 있다.최근 엔비디아의 주가는 대형 기술주라는 보호막이 무색할 만큼 연일 약세를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는 엔비디아라는 단일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25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장 대비 2.59% 하락한 177.8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회사의 시가총액은 4조3220억 달러로 줄며 고점 대비 약 7000억 달러가 증발했다. 지난 한 달간 하락률은 약 15%에 이른다.엔비디아의 하락을 두고 시장에서는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시장의 의구심을 키운 사건은 메타의 선택이었다.24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디 인포메이션은 메타가 알파벳의 AI 전용 칩 'TPU'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며 본격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메타는 2027년부터 자사 데이터센터의 핵심 AI 연산을 기존 엔비디아 그래픽 처리 장치(GPU)에서 알파벳의 TPU 기반으로 전환하는 내부 일정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칩 도입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동안 메타는 '라마' 등 초거대 AI 모델 개발 과정에서 엔비디아 GPU 생태계에 크게 의존했다.그러한 메타가 알파벳의 칩으로 갈아타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엔비디아 중심의 AI 인프라 질서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실제 두 기업의 주가 향방도 엇갈렸다. 이날 엔비디아가 급락한 반면 알파벳은 1.62%, 메타는 3.78% 각각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 심리를 반영했다.이에 따라 "AI 칩 시장의 실질적인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제기된다.이러한 변화는 알파벳 TPU의 성능 도약이 있어 가능했다. 과거 TPU는 특정 작업에서 뛰어난 효율을 보였지만, 범용성과 생태계 측면에서 엔비디아 GPU를 넘어서기 어려운 한계를 지녔다.그러나 최근 공개된 차세대 아키텍처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다.제프리스의 트레버 윌리엄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TPU 6, 7세대는 메모리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놓고 보면 일부 벤치마크에서 엔비디아의 'H100'을 능가한다"고 평가했다.그는 이어 "특히 초거대 모델 훈련 시 TPU의 비용 대비 성능 비율이 현저히 높다"고 분석했다.UBS 수석 애널리스트 팀 아처 역시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GPU를 계속 사용할 경우 단가 상승, 공급 부족, 전력소모 비용 부담을 피하기 어렵지만 알파벳의 TPU는 기업 규모가 클수록 이점이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메타의 선택은 시작일 뿐"이라고 진단했다.이 같은 평가들은 AI 칩 생태계를 독점하다시피 한 엔비디아의 왕좌가 본격적으로 위태로워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다만 엔비디아의 독주가 즉각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은 소수에 그친다. 엔비디아가 구축해온 생태계가 전 세계 AI 연구·개발 인력의 기초 도구로 공고히 자리잡았기 때문에 단기간 이탈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그러나 견고한 댐이 작은 물줄기로 무너지듯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줄지어 독립 전략을 내놓고 있어 상황은 심상치 않다. -
- ▲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연합뉴스
실제로 아마존은 트레이니움(Trainium)과 인퍼런시아(Inferentia) 등 고성능 인프라를 활용해 AI 모델의 훈련 및 추론 효율 높이기에 나섰다.마이크로소프트(MS)는 엔비디아의 AI용 GPU를 대체할 자사의 GPU '애저 코발트 200'과 AI 칩 '애저 마이아 200'을 18일 최초 공개했다.오픈AI 또한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독자 칩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IT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GPU 시장에서 갖는 통합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개발자 기반은 특수한 진입장벽이기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빅테크의 칩 독립이 누적될 경우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이 조금씩 분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러한 흐름 속에서 알파벳의 TPU는 ‘빅테크 칩 자립화 시대’의 결정적 계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메타의 도입 검토가 이러한 흐름에 가속을 붙인 결정타로 작용한 것이다.엔비디아는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AI 칩 공급사다.그러나 알파벳을 비롯한 빅테크가 일제히 칩 독립을 추진하는 순간, AI 칩 시장은 성능 경쟁을 넘어 전략·자본·생태계가 결합된 '총체적 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향후 AI 칩 시장은 다층적 경쟁이 공존하는 복합적 패권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이에 따라 2025년 이후의 AI 경쟁은 기술을 넘어 '전략 전쟁'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