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정비·기계직 등서 13명 집단 발병벤젠 노출·환기 불량 등 원인 지목208억 개선사업 제시됐지만 1년 넘게 실행 없어예산 분담 두고 시·공사 책임공방만서울시의회 "생명권 외면한 행정"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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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교통공사에서 혈액암과 림프종 등 중증 질환 확진자가 집단 확인된 가운데 서울시와 공사가 책임을 떠넘기며 대책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진행된 서울시의회 교통공사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금천1)은 "교통공사 직원 13명이 혈액암 진단을 받았고 환경 문제가 드러나 개선방안까지 제시됐지만 책임 공방에 1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시와 공사의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생명권을 경시하는 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교통공사 내 혈액암 집단 발병 문제는 지난해 6월부터 불거졌다. 당시 차량정비와 기계직 등 고위험 직군에서 6명의 확진자가 동시에 보고되며 근로환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같은 해 12월부터 현장 조사 연구에서 7명의 발병 사실이 추가 확인되며 전체 확진자는 13명으로 늘었다. 

    연구진은 도장 작업 과정에서 사용된 벤젠계 유기용제와 환기 불량, 보호장비 미비를 복합적인 발병 요인으로 지목했다.

    또 환기시설 교체, 세척 장비 개선, 정기 건강검진 강화 등을 포함한 208억 원 규모의 작업환경 개선사업을 권고했다.

    하지만 시와 공사의 예산 분담 협의가 장기화되면서 개선사업은 1년 가까이 착수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분할 지원안을 제시했지만 공사는 자체 부담 여력을 이유로 미루고 있어 현장 개선은 표류 중이다.

    김 의원은 현재 교통공사 내부의 안전 관리 체계 자체가 부실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공사 내 산업보건 담당 인력이 8명에 불과해 차량·기계·터널 등 고위험 현장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노동자 대표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작업환경안전위원회를 설치해 정기점검과 예산 검증, 보건대책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와 교통공사는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이것이 희생된 동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남은 근로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