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기자, 지난달 28일 귀국 ‥ 5일 부임지 복귀MBC 기자회 "회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A기자 사과에도, 기자들 "분노 느껴"‥결단 촉구
  • ▲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에게 MBC 일부 기자들을 "수박들"이라고 비하하고, 최 위원장이 묻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사내 동향 보고를 했던 'MBC 특파원' A기자가 6일 오전 사내 게시판에 장문의 사과 글을 올렸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멸칭으로 동료들을 비난했던 그는 이 사과문에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도 "동료들을 악의적으로 비하하거나 공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했다.

    이를 두고 "사태 수습과 설득 과정에서 상대의 말에 호응하려다 부주의하게 나온 말이었다"며 "당시 대화의 본래 취지와 전체 내용도 그와 무관했다"고 강변한 A기자는 "이번 사태가 불거졌을 때, 미력하게나마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에 예전의 취재원(최 위원장)에게 연락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A기자는 "지금 돌이켜보면 어리석고 섣부른 판단이었다"며 "변명하려는 뜻은 없다. 다만 전후 사정과 제 진심의 한 조각이라도 그대로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 "현장 뛰는 기자들, 낯부끄러움과 분노 느껴"

    같은 날 MBC 기자회는 사태가 심각함에도 A기자가 다시 임지로 복귀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MBC의 신뢰도는 타격을 입었고, 구성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치고 있는데, 회사가 이번 사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정황만 보인다"고 개탄했다.

    MBC 기자회는 '회사는 어디를 보고 있는가. 이제는 답하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감사 주요 절차가 일단락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그럼에도 A기자가 다시 부임지로 복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MBC 기자회는 "동료들을 멸칭으로 부른 것도 용납할 수 없지만, 해외 현지 취재에 전념해야 할 특파원이 본분을 벗어나 집권 여당의 유력 정치인과 사내의 정보와 역학 관계를 논의하고 평가했다는 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해당 특파원이 최민희 위원장과 주고받은 메시지는 분명히 언론인으로서의 금도를 넘어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 측에 따르면 '수박' 발언 논란이 일자, MBC는 지난달 28일 해외에 있던 A기자를 소환해 감사를 단행했다. 감사실에서 수일간 조사를 받은 A기자는 지난 5일 자신의 부임지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 "A기자의 언행, 언론인으로서 '금도' 넘었다"

    MBC 기자회는 "이번 일로 그사이 공들여 쌓아왔던 MBC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었다"며 "현장을 뛰는 기자들은 낯부끄러움과 분노를 함께 느끼고 있다"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MBC 기자회는 "그러나 정작 회사는 여전히 분명한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만 이어가고 있다"며 "그저 감사가 끝났으니 복귀할 뿐이고, 절차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만 전언으로 내려올 뿐"이라고 씁쓸해 했다.

    MBC 기자회는 "만약 뉴스 앵커나 다른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혹은 다른 보직 간부가 이런 일을 벌였다면 그가 과연 자리를 지킬 수 있었겠느냐"며 "MBC 해외 특파원직이 그만큼의 상징성과 책임을 지닌 자리라면, 그에 걸맞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그가 계속해서 MBC를 대표해 특파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우리 뉴스의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 일을 덮을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한 MBC 기자회는 "특파원이든 평기자든, 우리가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뉴스의 신뢰'이고 '언론의 본령'"이라며 "이대로 MBC 뉴스가 조롱거리가 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시간은 이미 충분히 흘렀다"고 성명을 마무리했다. 

    ◆ "수박들이 문제 … 박성제 사장 때 주류가 그랬고"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앞서 최 위원장은 A기자에게 "누군가에게 이르고 성명서 내고 웃깁니다"라며 "쫄보", "국힘(국민의힘)에는 못 대들고…"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앞뒤 정황상 지난달 21일 MBC 기자회, MBC노동조합(3노조), MBC 새기자회 등 MBC 사내 단체들이,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리에서 MBC 보도본부장에게 퇴장 명령을 내린 최 위원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직후 이 같은 문자를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A기자는 "네 여기 수박들 문제입니다. 박성제 사장 때도 주류가 그랬고요"라고 답했다. 

    또한 A기자는 "그래도 보도국장도 그렇고 상식 가진 후배들도 상당수 있고 다들 상황 전개에 걱정하고 있습니다"라며 "이번 일 어떤 식으로라도 풀어야 하고 무슨 방법이 있을지 제가 좀더 의논해 보고 말씀 드리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추가로 보냈다. 

    A기자는 지난달 23일에도 최 위원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A기자는 "사내에서 경영진이 뭔가 입장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이 꽤 많다고 합니다"라고 전하며 "안 사장은 언론사에서 공헌이 큰 분을 직접 거명할 수 없는 입장이고 포괄적으로 간단한 사내용 메시지를 내는 걸로 생각 중입니다"라는 사내 동향을 최 위원장에게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