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최고…"대공황 시기보다 더 심각"압류율 10%까지 상승…할부-수리비-보험료 상승전문가들 "K자형 계층 양극화 고착화 우려"…경고
  • ▲ 체납 차량 번호판 영치. 본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210311 ⓒ연합뉴스
    ▲ 체납 차량 번호판 영치. 본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210311 ⓒ연합뉴스
    미국에서 자동차대출 상환불이행이 급증하며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저신용층의 연체율이 코로나19 팬데믹이나 금융위기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경기 회복의 이면에 'K자형 경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각) CNN이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신용점수 670점 미만의 서브프라임 대출자 가운데 자동차대출 상환이 6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이 6.43%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이후 두 배로 늘어난 수준으로, 코로나19 팬데믹과 대공황, 닷컴버블 붕괴시기보다도 심각하다. 자동차 압류 건수는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자동차대출은 미국 가계가 가장 늦게 포기하는 상환 항목으로 꼽힌다. 출·퇴근과 생계유지에 필수적인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등한 차량 가격, 높은 금리,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며 가계의 상환 부담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대출자의 차량 압류 또는 압류 예정비율은 9월 기준 10%에 육박했다. 1년 전보다는 감소했지만, 장기 평균보다는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대출자 상당수가 차량 가치보다 많은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차를 팔아도 부채를 갚기 어렵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학자금대출 등 다른 채무를 연체 중인 경우도 많다.

    조나단 스모크 콕스 오토모티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저신용 대출자들이 재정적으로 한 치의 여유도 없는 벼랑 끝 상황에 몰고 있다"면서 서브프라임 대출자의 재정 불안을 경고했다.

    차량 구매와 유지비용도 급등했다.

    시장조사업체 익스페리안에 따르면 2분기 신차 대출의 75% 이상이 월 500달러 이상이며 17%는 1000달러를 넘는다.

    자동차 수리비는 8월 기준 전년대비 15% 급등했고, 보험료 역시 5% 상승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중 중단됐던 학자금대출 상환이 재개되면서 신용등급 하락이 가속화됐고, 이는 자동차대출 금리인상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취약계층의 연체율이 급등하는 반면, 고신용자들은 여전히 안정적인 상환을 이어가고 있다.

    로드 차데험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수석전략가는 "우량 대출자들에게는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량 대출자의 연체율은 0.5% 미만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미국 경제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분석한다.

    자산을 보유한 고소득층은 주식시장 호황과 부동산 가치 상승의 수혜를 입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급등한 물가와 대출금 상환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계층간 격차가 심화한 'K자형 경제' 구조가 굳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동차 금융전문가인 패멀라 푸히 조지아대 법학 교수는 "서브프라임 대출기관들은 차량에 GPS를 설치해 연체시 차량 위치를 추적하고, 심지어 시동을 원격 차단하는 방식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의 차량 압류업체 미드웨스트 리커버리앤어드저스트먼트의 조지 바딘 대표는 "압류건수는 이미 대공황 수준에 근접했다"며 "서브프라임 시장이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경기침체가 가시화될 경우 자동차대출 부실이 미국 가계의 새로운 취약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기업들의 이윤이 줄어들면서 해고가 더욱 빈번해지게 되면 자동차 할부금 연체율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하는 경제학자들도 많다.

    푸히 교수는 "현재의 연체율 급증은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니라 소득격차와 구조적 인플레이션이 빚은 경제적 균열의 징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