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검증 대신 '팬심 잡기' 경쟁으로 변한 국감장與서 제명당했는데 … 최혁진, 민주당과 인연 과시"민주당원 여러분 감사 … 여전히 민주연구원 부원장" 전문가 "국민 주권 드러내야 할 국감, 지금은 0점"
  • ▲ 최혁진 무소속 의원. ⓒ뉴시스
    ▲ 최혁진 무소속 의원. ⓒ뉴시스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던 국정감사가 제22대 국회에 들어 '정치 서커스 무대'로 변질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촌극에 가까운 이번 국감에서 범여권 인사인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정치권에서는 최 의원이 강성 지지자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결국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환심을 사기 위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그가 무리수를 두는 배경으로는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이력이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맞춰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과 함께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소수정당이 추천한 후보들은 민주당과의 연합 속에서 당선권에 다수의 후보가 배치됐다.

    총선 후 더불어민주연합은 소수당 추천 몫으로 당선된 정혜경·전종덕(진보당), 용혜인(기본소득당), 한창민(사회민주당) 의원을 제명해 이들을 원 소속 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게 했다. 이후 더불어민주연합은 민주당에 흡수됐다.

    앞서 최 의원은 용혜인 의원이 이끄는 기본소득당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총선에서 그에게 비례대표 당선 순번(16번)이 오지 않았지만, 결정적 기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찾아왔다. 강유정 의원이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차출되면서 의원직을 내려놨다. 이후 최 의원이 다음 순서를 승계하면서 국회의원이 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최 의원은 대통령비서실 사회적경제비서관을 역임했다.

    최 의원은 국회에 입성했지만, 군소 정당인 기본소득당이 아니라 민주당에서 자신의 적(籍)을 계속 두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용 의원은 그를 배신자로 규정하고 '제명'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최 의원은 줄곧 민주당에 잔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결국 민주당은 최 의원을 제명했다. 야권에서 도의적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을 짊어지면서까지 최 의원을 안고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최 의원은 이번 국감을 자신의 '친정 복귀 무대'로 만들려는 듯, 그의 언행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 의원은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을 자초하는가 하면,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하는 내내 얼굴을 들이밀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도 그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상대방과 피 터지게 싸우더라도 기본적인 예의와 태도까지 버리면 안 된다"면서 "우리 당에 들어온다고 대체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나겠느냐"고 지적했다. 
  • ▲ ⓒ오마이TV 유튜브 캡쳐
    ▲ ⓒ오마이TV 유튜브 캡쳐
    #장면1, "뭐 하시는 거에요." "뭘 뭐 해. 열심히 경청했지."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 의원은 이재명 정부 첫 국감에서 연일 회자되고 있다. 지난 21일 최 의원은 이해하기 힘든 '기행'으로 법사위 국감장에서 퇴장당했다. 그는 진성철 대구고법원장에게 질의하던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90도로 몸을 돌린 채 뚫어지게 바라봤다. 

    주 의원이 최 의원에게 "뭐 하시는 거냐"고 묻자, 최 의원은 "뭘 뭐 해. 열심히 경청했지. 열심히 경청했어요"라고 했다.

    주 의원은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에게 최 의원이 질의를 방해했다고 항의했지만, 추 위원장은 주 의원이 고함을 질렀다면서 최 의원과 함께 퇴장을 명령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반발하자 추 위원장은 감사 중지를 선언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장을 나서면서 최 의원에게 "그런 짓을 한다고 민주당에 못 들어간다. 안 받아준다"고 비판했다.
  • ▲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장면2, "나경원 언니가 소개했다" "언니 없는데?"

    최 의원은 지난 20일 국감에서도 무리한 의혹 제기로 비판을 받았다. 그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배우자인 김재호 춘천지법원장을 향해 "김건희 여사 계부이자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의 내연남 김충식 씨를 아느냐"면서 "최근 김 씨가 공개 석상에서 새로 만나는 내연녀로 알려진 여성은 나 의원 언니가 소개했다고 이야기했다. 모르냐"고 물었다.

    김 법원장이 "모른다. 나 의원에게 언니가 없다"고 답했지만, 최 의원은 같은 질문을 세 차례 반복했다. 

    김 법원장이 다섯 차례에 걸쳐 "언니가 없다"고 했지만, 최 의원은 질의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사촌언니는 있느냐"는 질문까지 했다.

    #장면3, 조희대 합성사진 들고 "조요토미 희대요시"

    국감 첫날인 지난 13일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도요토미 히데요시 합성사진인 '조요토미 희대요시'를 들어보이며 조롱 섞인 비판을 해 민주당에서조차 무리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 의원은 대법원 국감에서 일부 재판 결과 등을 언급하며 "친일사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식 상투를 튼 모습을 한 조 대법원장 얼굴을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얼굴에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패널을 공개했다. 

    원래대로라면 조 대법원장은 인삿말만 하고 퇴장해야 했지만, 추 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전환하며 퇴장을 불허했다. 이에 최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윤석열 정부는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친일 보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인사를 추천해 조희대 당시 교수를 낙점한 것"이라며 "이승만과 박정희를 역사의 공로자라고 말해 친일 역사관 논란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질의 시간이 끝나 마이크가 꺼졌는데도 조 대법원장 합성 사진을 계속 꺼내들고 발언을 이어갔다. 

    #장면4, 민주당 호소인

    최 의원은 "아직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과의 인연을 드러냈다.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의 싱크탱크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연구원에서 주최한 민주당 정책 전문가 양성 과정에서 '사회연대경제와 지역혁신'이란 주제로 강의를 했다"며 "참고로 저는 아직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라고 밝혔다. 

    최 의원은 "저녁 시간에 온라인으로 함께 해주신 전국의 민주당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사회연대경제와 지역혁신은 이재명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감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논란이 되는 의원들이 국감에 임하는 모습은 수준 이하"라며 "지금의 국감은 0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