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현안 질의 출석…"끔찍한 실패, 책임지겠다""관내 경보시스템 정상 작동…보안시스템 부족-노후화"도난 9개 품목 중 나폴레옹 3세 황후 왕관 외 회수 안 돼
  • ▲ 상원 현안 질의 출석한 로랑스 데카르 루브르 박물관장.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251022 ⓒ연합뉴스
    ▲ 상원 현안 질의 출석한 로랑스 데카르 루브르 박물관장.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251022 ⓒ연합뉴스
    4인조 절도범에 프랑스 왕실 보석을 털린 루브르 박물관장이 22일(현지시각) 박물관 내 경찰서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일간 르몽드, AFP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로랑스 데카르 관장은 이날 오후 상원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 출석해 "내무부에 박물관 내 경찰서 설치 가능성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단기적으로 시행 가능한" 조치로 "루브르 박물관 인근 지역의 보안 강화"를 들면서 "예를 들어 건물 바로 근처에 차량이 주차하는 걸 막는 거리 제한장치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9시 30분쯤 4인조 절도범은 센강 변 쪽의 루브르 박물관 외부에 사다리차를 세워두고 2층에 있는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해 단 7분 만에 왕실 보물 8점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트럭에 실린 전동 사다리로 건물 외벽을 타고 오른 뒤 창문을 부수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고, 휴대용 전동 공구로 진열장을 열어 보석을 훔쳤다.

    데카르 관장은 사건 당시 "박물관의 경보시스템은 정상 작동했다"면서 "아폴론 갤러리에 근무하던 직원 4명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안 프로토콜을 이행하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현장을 확보하고 관람객들을 차분히 대피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도둑들의 침입을 충분히 미리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끔찍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데카르 관장은 다만 박물관 내 보안시스템의 부족이나 노후화 문제를 솔직히 거론했다.

    그는 "현재 보안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일부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노후화했다"면서 "설비시설이 박물관의 모든 외벽을 커버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사건이 난 아폴론 갤러리의 경우 "(외부에) 설치된 유일한 카메라가 서쪽을 향하고 있어 침입이 발생한 발코니를 커버하지 못했다"는 것이 데카르 관장의 설명이다.

    그는 기존의 보안시스템을 "새로운 유형의 공격, 예상치 못한 수법에 맞춰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박물관의 장비와 인프라에 대한 만성적인 투자 부족" 문제를 거론했다.

    데카르 관장은 현안 질의에서 자신이 라시다 다티 문화장관에게 사건 발생 당일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장관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간 르피가로는 데카르 관장이 엘리제궁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반려했다고 전했으나, 데카르 관장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선 별도 언급하지 않았다.

    데카르 관장은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최초의 여성 루브르 박물관장으로 2021년 9월부터 직을 맡아왔다.

    19일 사건 발생 후 이틀 연속 폐관했던 루브르 박물관은 21일 정기 휴무일을 거쳐 이날 사흘 만에 재개관했다. 다만 도난 사건이 발생한 아폴론 갤러리는 여전히 폐쇄 중이다.

    보석 절도범들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파리 검찰은 도난당한 보석의 가치를 8800만유로(약 1463억원) 상당으로 추산했다.

    도둑맞은 보석은 나폴레옹이 아내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다이아몬드 목걸이, 마리 아멜리에 왕비와 오르탕스 왕비의 사파이어 보석 목걸이, 마리 루이즈 황후 소유였던 에메랄드 귀걸이 한 쌍 등이다.

    다만 절도범들은 달아나던 중 다이아몬드 1345개와 에메랄드 56개로 장식된 외제니 황후의 왕관을 떨어뜨렸고, 이 왕관은 회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