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수 반도체기업에 네덜란드 정부가 '경영권 개입'기술 이전 따른 국가안보에 위협…CEO 직무 정지 명령도폴크스바겐, 생산 축소 검토…완성차업계도 대체 공급사 물색 난항
  • ▲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넥스페리아 생산라인.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251022 ⓒ연합뉴스
    ▲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넥스페리아 생산라인.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251022 ⓒ연합뉴스
    유럽 자동차업계가 네덜란드 반도체업체 넥스페리아가 중국에서 생산한 반도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로 인해 며칠 내로 발생할 생산 차질에 대비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가 넥스페리아 경영에 직접 개입하자 중국 상무부는 넥스페리아와 협력사가 중국에서 제조한 특정 완제품 또는 부분 조립품의 수출을 금지하며 보복을 취하는 등 양국간 갈등이 일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반도체 부족 상황이 며칠 내 핵심 부품공급업체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고, 그 영향이 10∼20일 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됐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힐데가르트 뮐러 회장은 성명을 통해 "이 상황은 상당한 생산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 생산중단까지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독일 매체들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직원 수만명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노동청과 논의 중이다.

    일간 빌트는 29일부터 폴크스바겐이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골프 모델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회사는 이 보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직원 내부망에 넥스페리아 관련 상황을 공유하면서 "유동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생산에 미칠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넥스페리아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을 차단했다.

    중국 스마트폰 조립업체인 윙테크가 2019년 인수한 넥스페리아는 폴크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완성차업체의 핵심 부품에 필수적인 범용 반도체를 생산한다.

    완성차업체들은 넥스페리아 칩이 포함된 부품을 공급받아 조립한다. 완성차 한 대에 넥스페리아 칩 약 500개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상하이, 베이징, 선전, 둥관, 우시 등 중국에도 생산·포장 공장을 두고 있다.

    중국 측의 수출제한 조치는 네덜란드 정부가 기술 유출을 이유로 넥스페리아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비상조치를 발동한 데 대한 대응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네덜란드 정부는 12일 기술 이전에 따른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넥스페리아 경영에 이례적으로 개입했다. 정부는 소유권을 직접 인수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국가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영 결정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암스테르담 상업법원도 이에 발맞춰 넥스페리아 이사회에서 윙테크 CEO 장쉐정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명령을 내린 상태다.

    그러자 중국 상무부는 넥스페리아 제품의 약 80%를 생산하는 중국 내 핵심 공장의 수출을 전면 봉쇄했다. 넥스페리아 제품의 부품 대부분은 네덜란드에서 생산되지만, 중국 본토에서 최종 조립된다.

    완성차업체들과 부품 공급업체들은 정부 관계자들과 비상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체 부품을 확보하고 품질 인증을 받는 데 몇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품업체 ZF프리드리히스하펜은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대체 공급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매체 슈피겔은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등이 넥스페리아와 같은 칩을 취급하지만 수요에 맞춰 생산설비를 더 늘리려면 3∼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의 대변인은 "넥스페리아의 다른 고객들과 마찬가지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관련 당사자간 신속한 해결을 통해 현재의 공급 병목현상이 완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