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호황기에 '보조금 남발'로 재정 파탄달러 고갈·청년 실업·권력 분열이 민심 폭발로 이어져'확장재정 기조' 한국도 '포퓰리즘 리스크' 경계해야
  • ▲ 19일(현지시간)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당선된 로드리고 파스(사진 오른쪽). 출처=AFPⓒ연합뉴스
    ▲ 19일(현지시간)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당선된 로드리고 파스(사진 오른쪽). 출처=AFPⓒ연합뉴스
    남미 볼리비아에서 20년 가까이 이어진 좌파정권이 정권교체라는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 천연가스 수출로 번 돈을 복지와 보조금에 쏟아부은 '복지 포퓰리즘'이 결국 재정을 무너뜨리고 경제를 침체시킨 결과다. 이번 정권교체는 남미뿐 아니라 복지확대와 확장재정을 앞세운 한국 정부에도 뚜렷한 경고 신호를 던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각) 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TSE)는 대통령 결선 투표에서 중도 성향의 기독민주당(PDC) 로드리고 파스 후보가 54.5%를 득표해 우파 자유민주당 소속 호르헤 키로가 전 대통령을 제치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5년 이후 장기 집권해온 좌파 사회주의운동당(MAS) 정권은 막을 내리게 됐다.

    2000년대 중반 천연가스 호황을 등에 업은 MAS 정권은 대규모 복지·보조금 정책을 추진하며 지지층을 넓혔다.

    그러나 경기 둔화와 함께 수출이 급감하자 국가 재정은 급속히 악화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달러 고정 환율 정책으로 중앙은행 외환이 급속히 유출된 데다 천연가스 수출 감소로 재정 기반이 무너졌다"며 "볼리비아의 외환보유액은 20년 만의 최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복지지출 확대의 부담은 결국 중산층과 청년층에게 전가됐다.

    AP 통신은 "복지와 보조금으로 민심을 달래려 했지만, 중산층 세금 부담과 청년층 일자리 축소가 겹치며 민심이 이탈했다"고 보도했다.

    좌파 진영 내부의 분열도 정권교체를 불러온 주 요인이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이 서로 다른 세력을 꾸리며 당내 주도권을 놓고 갈등한 끝에, MAS는 1차 투표에서 3%대 득표율에 그쳤다.

    신임 파스 대통령은 "복지의 틀은 유지하되 민간 투자를 확대해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볼리비아처럼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나라가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남미 정치 지형의 변화를 의식한 발언이다.

    로이터 통신 역시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좌파 포퓰리즘 모델의 종말을 의미한다"며 "볼리비아가 시장 중심 개혁으로 돌아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볼리비아의 사례가 '확장재정'을 지속하는 한국 정부에도 시사점을 던진다고 지적한다.

    복지 확대와 세금 감면이 동시에 추진되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이 흔들리면, 중장기적 경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복지 확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이나 산업 투자와 연결되지 못하면 볼리비아의 사례처럼 세대 불평등 심화가 정권 피로감과 정치 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경제학자들은 "볼리비아가 보여준 것은 복지가 나쁜 게 아니라, 성장과 균형 없는 복지가 위험하다는 점"이라며 "한국도 재정지출 구조를 점검하고 장기 지속가능성 중심의 복지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볼리비아 대선 결과는 국가 재정이 한계에 달하면 어떤 정치 이념도 버티지 못한다는 교훈을 각국의 정치권에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