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예대제에 이시바, 공물…다카이치는 대금 봉납'다카이치 체제' 간부 일부, 참배…"총재 마음 담았다"초당파 의원연맹 60여명 단체 참배…현 내각 부대신도
  • ▲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봉납한 공물이 놓여 있다. 251017 ⓒ연합뉴스
    ▲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봉납한 공물이 놓여 있다. 251017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집권 자민당 총재도 이번 추계 예대제(例大祭, 제사) 기간 참배를 보류할 방침이다.

    현지 공영 NHK,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서 열린 추계 예대제에 맞춰 '마사카키'라 불리는 공물을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봄·가을 예대제 기간 직접 참배하지 않고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등 선례에 따라 마사카키를 봉납해왔다.

    8월15일 패전기념일에는 다마구시(玉串, 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신사 봉납물) 대금을 납부했다.

    이시바 내각의 후쿠오카 타카마로 후생노동상과 키우치 미노루 경제안보담당상도 각각 마사카키를 봉납했다.

    한편 초당파 의원연맹 '모두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60여명은 이날 오전 단체로 신사를 참배했다.

    이시바 내각에서는 토가시 히로유키 총무부 대신, 오오구시 마사키 경제산업부 대신, 타키나미 히로후미 농림수산부 대신 등이 함께했다.

    극우 성향의 참정당 카미야 소헤이 대표도 참석했다.

    다카이치 체제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후루야 게이지 자민당 의원과 총무회장에 오른 아리무라 하루코 의원도 이날 참배를 강행했다.

    후루야 위원장은 참배 후 "일본이 전후 80년 동안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지난 전쟁에서의 고귀한 희생 덕분"이라며 "다카이치 총재의 뜻도 함께 담았다"고 밝혔다.

    닛케이에 따르면 아리무라 의원도 이날 "(다카이치 총재의) 마음을 대신 전해 참배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다카이치 총재가 개인 자비로 다마구시 대금을 봉납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에 취임할 경우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경주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 등 외교일정이 잇따를 예정이라서 참배가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피하려는 판단으로 보인다.

    NHK도 "총리로 선출될 경우 외교적 영향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그동안 패전기념일과 춘계·추계 예대제 기간 각료 신분일 때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왔다.

    지난해 9월 총재 선거 때만 하더라도 "국책(國策, 국가 정책)에 따라 숨진 이들에게 계속 경의를 표하고 싶다"면서 참배를 계속할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올해 총재 선거 당시에는 "적절히 판단하겠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고, 취임 직후인 4일 기자회견에서도 "어떻게 위령하고 평화를 기원할지는 시기와 상황에 맞게 판단하겠다"고 말하는 등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그중 90%에 가까운 약 213만3000위는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도 합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