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협상단, 美 도착해 막판 스퍼트 돌입외환 출자 범위·펀드 운용 방식 등 협상 진행韓 입장 전했지만 … 트럼프 설득 미지수구윤철 "3500억 달러 선불이 美 요구"
  •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워싱턴 D.C.로 출국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뉴시스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워싱턴 D.C.로 출국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뉴시스
    지난 8월 미국과 타결한 관세 협상 후속 조치 중 3500억 달러(약 496조)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패키지를 두고 한미 양측의 입장차가 계속되고 있다. 경제·통상 사령탑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후속 협상을 위해 출국했지만, 투자 펀드 전액을 '선불' 형태로 지불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어 설득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17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오는 31일부터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후속 협상을 타결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대미 투자에서 전액을 현금으로 출자하라는 미국의 요구에는 선을 그은 채 물밑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정부는 관세 후속 협상에 대한 수정안에 대해 미국이 반응을 보였다며 정책실장과 산업부 장관을 파견하는 등 막판 스퍼트에 돌입했다. 김 실장은 지난 16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미국이 관세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시사한 것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통화스와프 체결 방안에 대해 "협상은 상대가 있고, 단계별로 어떤 주제가 떠오르다 다른 주제로 옮겨가기 때문에 개별적인 어떤 주제가 나와서 어떤 상태의 논의가 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투자 펀드 선결 조건으로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구했다. 금융시장의 불안 확산으로 주가나 환율이 급등락하는 등 충격이 발생해 통화스와프를 가동할 시 시장의 불안을 안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체 투자의 5% 미만을 현금 출자로 제공하고 나머지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대출·보증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 협상팀은 미국에 도착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 장관 등을 만나 협상을 진행했지만, 대미 투자 펀드 '선불 요구'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미국에서 특파원들을 만나 "3500억 달러 이상으로 (투자액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3500억 달러를 빨리 '업 프론트'로 하라는 게 미국의 강한 주장이라고 알고 있다"면서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구 부총리는 "실무 장관은 (전액 선불 투자가 어렵다는 한국 정부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데, 얼마나 대통령을 설득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느냐 하는 부분은 진짜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한국 모두 서명했다. 한국은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일본은 6500억 달러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펀드 조성 방안을 두고 '선불'(up front)이라고 주장하며 압박을 이어오고 있다.

    정부는 미국 측이 압박 수위를 높여도 시간에 쫓겨 협상을 마무리 짓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협상단은 관세 후속 조치의 '선결과제'로 보였던 통화스와프 체결 대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 장관과 협상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미 펀드에서 우리 정부가 부담할 외환 출자액의 범위와 세부 운용 방식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통화스와프 체결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구 부총리는 "스킴(scheme·계획)이 확정되면 그에 따라 외환 소요가 나올 것"이라며 "업 프론트로 하면 외환 소요상 안 된다고 했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나오면 그에 따른 외환 소요가 나오고, 그 외환 소요가 한국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범위에서 가능하냐가 판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분 변동에 따라 통화스와프가 완전히 불가능하다, 해야 한다, 안 해야 한다, 한다면 얼마만큼 해야 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우리가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제기한 바 있지만, 미 측에 의해 잘 작동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통화스와프가 되더라도 (협상 타결의) 필요조건일 뿐, 또 다른 충분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임해 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