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인신매매 제재 기업' 서울서 활동프린스 리얼이스테이트, 韓 사무소 운영 정황美·英, 천즈 회장에 21조 암호화폐 사기 제재"국내 커넥션 추적 시급 … 정부 대응 전무"
  • ▲ 프린스 리얼 이스테이트 그룹의 서울사무소 안내. ⓒ프린스 리얼 이스테이트 그룹 홈페이지 캡처
    ▲ 프린스 리얼 이스테이트 그룹의 서울사무소 안내. ⓒ프린스 리얼 이스테이트 그룹 홈페이지 캡처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범죄조직에 살해된 가운데,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프린스그룹'이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국내 활동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프린스그룹은 현재 사기·인신매매 등 초국가적 범죄 혐의로 미국과 영국의 제재를 받은 상태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프린스그룹의 부동산 계열사 '프린스 리얼 이스테이트 그룹'은 서울 중구에 한 한국 사무소가 있다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안내된 연락처는 캄보디아 국가번호를 포함하고 있으며, 서 의원실이 실제 현장을 확인한 결과 공유오피스 공간 안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고, 전화번호도 연결 되지 않는 상태였다.

    프린스그룹 측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 여러 차례 대외 행사를 연 것으로 나타났다. 서 의원실은 프린스그룹이 올해 5월 서울에서 부동산 전시회를 열었다고 홍보했고, 8월에도 갤러리 행사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2022년에는 캄보디아 한국상공회의소와의 교류 이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프린스그룹의 실질적 최고 책임자는 중국 푸젠성 출신 천즈(陈志) 회장으로 현재는 미국과 영국 양국에서 국제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천 회장은 캄보디아 내에서 장학재단과 예술 후원을 통해 자선가 이미지로 알려졌지만, 미국 법무부와 영국 정부는 그를 '강제 노동 수용소' 운영과 '대규모 암호화폐 사기'의 기획자로 지목했다.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천 회장이 150억 달러(약 21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사기 범죄를 통해 취득했다고 보고 있고, 이를 몰수하기 위한 사상 최대 규모의 소송에 착수했다. 영국 정부는 천 회장이 보유한 최대 1억 파운드(약 1898억 원) 규모의 런던 시내 부동산 19건이 대해 자산을 동결 조치했다.

    천 회장은 캄보디아 내에서 훈 센 전 총리의 정치 고문으로도 활동했으며, 프린스그룹을 통해 금융·관광·물류·식음료·교육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캄보디아 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하며 장학사업, 스포츠 후원 등을 전개해 '존경받는 기업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미국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천 회장이 거대한 사이버 사기 제국의 실질적 배후 조종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천 회장 등이 범죄 수익으로 시계, 제트기 등 사치품과 피카소 그림 같은 희귀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밝혔고, 미 재무부도 프린스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규정하고 천 회장과 그룹에 대해 146건의 제재를 시행한다고 했다.

    서 의원은 프린스그룹이 서울 중심에 사무소를 두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까지 했다는 점에서 단순 홍보를 넘어 실질적 국내 사업 접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미국과 영국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서 "캄보디아 현지의 우리 국민을 구조하고 송환하는 조치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범죄 커넥션을 찾아내는 것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