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악몽 재현 우려…자이언스·웨스턴얼라이언스 부실 폭로신용불안에 은행 주가 급락…'숨은 부실' 공포 확산한국 지역은행 연체율 1% 돌파…금융권 전방위 긴장
  •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연합뉴스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연합뉴스
    미국 지역은행권에서 다시 부실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자이언스 뱅코프와 웨스턴얼라이언스가 잇따라 대출 부실 문제를 드러내면서,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각) 자이언스 뱅코프는 일부 차주들의 대출 부실로 6000만달러(약 840억원) 수준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3분기 실적에 이같은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웨스턴얼라이언스도 내부 점검 과정에서 차주의 허위 자료 제출 및 자금 부정 사용 정황을 적발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두 은행의 주가는 각각 13.1%, 10.8% 급락했다.

    ◇ "바퀴벌레 더 있을 것"…불안 심리 확산

    이번 사태로 시장은 즉각적으로 불안에 휩싸였다. 미국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브랜즈와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홀딩스가 잇따라 파산하는 등, 이들 은행과 거래 관계에 얽힌 지역은행들의 신용 리스크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역은행 위기는 금융주 전반의 급락으로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내 지역은행 주가를 반영하는 대표 지수인 KBW 지역은행지수는 하루 만에 6.3% 하락하며 연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비지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바퀴벌레가 근처에 더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단발성일 가능성은 낮다고 경고했다.

    다이먼 CEO는 또 "대출 건전성 악화와 내부 통제 부실이 곳곳에서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떠올리며 다시금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의 공포를 떠올리고 있다.

    당시 SVB는 장기 국채 보유 손실과 예금 인출 사태가 맞물리며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후 퍼스트 리퍼블릭, 시그니처은행 등이 연쇄 붕괴하면서 미국 지역은행 전반의 파산 우려를 키웠다.

    현재 드러난 부실 규모는 수천만 달러 수준이지만, 시장의 불안은 '숨어 있는 손실'에 있다.

    미국 금융분석기관 인베스토피디아는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으며, 다른 중형 은행들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허위 대출이나 부정 사용이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한국 금융권도 "남의 일 아냐"

    SVB 사태가 증명했듯, 지역은행 부실 문제는 개별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수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미국 지역은행 불안은 한국 금융권에도 적지 않은 경고를 던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올해 7월 말 기준 0.57%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방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1.04%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1%를 넘어섰다. 일부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1.46%에 이른다.

    시중은행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무수익 여신(NPL)의 60%가량이 중소기업 대출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지역은행 위기는 금리 상승기에 중소 금융기관의 위험관리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뿐만 아니라 상호금융권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지난 12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상호금융 단위조합의 적자조합 수는 9배 증가했고 대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도 급격히 확대했다.

    우선 농협·수협·산림조합의 단위조합 중 적자를 기록한 조합 수는 2021년 25개소에서 2025년에는 222개소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5년 사이 8.8배 증가한 것이다.

    이 기간 상호금융권의 연체율 상승도 가파르게 나타나 전반적 부실 위험이 커졌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2021년 상호금융 전체 연체율은 1.34%였으나, 2025년 들어 6.88%로 연체율이 약 5.1배 증가했다.

    부실채권 규모도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대출금 중 회수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고정이하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은 2021년 4조8862억원에서 올해 24조6827억원으로 5배 이상 불었다.

    정 의원은 "최근 5년간 상호금융기관의 연체율, 부실채권, 적자조합 수가 급증하며 지역경제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며 "지방 소상공인·고령 농어민 등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과 생계안정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강도 높은 금융건전성 제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