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원 "카프카에서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서사 전통 잇는 작가"
  • ▲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연합뉴스
    ▲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연합뉴스
    헝가리의 실험적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가 202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현지시간) "종말론적 불안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게 하는 강렬하고 선구적인 작품 세계를 인정한다"며 라슬로를 제122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헝가리 작가로는 두 번째다.

    한림원은 "라슬로는 프란츠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중부유럽의 위대한 서사 전통을 계승하며, 부조리와 기괴한 과잉 속에서 인간 존재의 불안을 탐구한 작가"라며 "그의 작품은 때로 동양을 향한 사색적 시선으로 확장돼, 언어의 경계를 넘어선다"고 평했다.

    1954년 헝가리 줄러(Gyula)에서 태어난 라슬로는 부다페스트대학에서 문학과 법학을 공부한 뒤 독일과 중국, 일본, 몽골 등지를 오가며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동양의 철학과 신비주의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동양을 향한 시선'을 문학에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85년 데뷔작 '사탄탱고'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1989년 '저항의 멜랑콜리', 2016년 '뱅크하임 남작의 귀환'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단 한 문장의 소설'로 불릴 만큼 긴 문장을 구사하는 실험적 문체는 그의 상징이다. 한 문장이 수십 줄, 때로는 수십 쪽에 이르는 독특한 서술로 '언어의 극한을 탐험한 작가'로도 불린다.

    라슬로는 2015년 헝가리 작가로는 처음으로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그를 "탁월한 강렬함과 음역을 갖춘 예지력 있는 작가"로 평가했다. 그의 대표작들은 국내에서도 번역돼 소개되고 있으며, '사탄탱고'와 '저항의 멜랑콜리', '뱅크하임 남작의 귀환' 등이 출간돼 있다.